[단독]“감옥 가게되면 정치권 로비 폭로”… 성완종, 임원에게 밝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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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검찰 전면수사]
檢, 대책회의 녹음파일 내용 확인

‘성완종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확보한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과 회사 임직원 간 대화 녹음파일에는 자신이 정치권에 전방위 로비를 벌였고 이를 폭로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 대화가 녹음된 상황과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이 확보한 녹음파일에는 성 회장이 “이번엔 내가 (정치권에 돈을 제공한 것에 대해) 입을 다물겠다. 그러나 내가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 이런 뜻을 (정치권 핵심 인사에게) 이야기를 하라”고 한 임원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파일이 이달 3일 성 회장의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녹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성 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임원들과 회사와 법무법인 사무실 등에서 수시로 대책회의를 했고, 검찰은 이 과정이 녹음된 파일을 확보했다. 이 파일엔 경남기업이 2007년 이후 최근까지 8년간 건설 현장 ‘전도금’(현장 사업장 운영을 위해 본사에서 보내주는 경비) 명목으로 사용한 현금 32억 원의 용처를 검찰에 어떻게 설명할지를 논의한 내용도 담겨 있다.

녹음 내용만 보면 성 회장은 이때만 해도 자신이 구속되더라도 정치권에 자금을 제공한 얘기는 꺼내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내용을 굳이 녹음까지 한 이유를 놓고 성 회장의 의도를 의심했다고 한다. 즉, 성 회장 스스로 최악의 상황에 처할 경우 검찰과 모종의 ‘딜(거래)’을 하려는 생각이 있었고, 이를 검찰에 간접적으로 알리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성 회장은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검찰이 저거(자원외교 수사)랑 제 것(로비 의혹)을 딜하라고 하는데 내가 딜할 게 있어야지요”라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변종국 기자
#감옥#로비#성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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