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박은미 “대타 배우에서 메인 배우로…바로 내가 드림걸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9일 05시 45분


뮤지컬 배우 박은미. 사진제공|오디뮤지컬 컴퍼니
뮤지컬 배우 박은미. 사진제공|오디뮤지컬 컴퍼니
뮤지컬 ‘드림걸즈’ 박은미

2009년 한국초연 때 커버역할로 데뷔
정선아 무대 보며 노래하고 연기 따라해
이제는 당당한 주인공 디나로 금의환향
역할 위해 고강도 체중감량에 감동연기


드림걸즈는 가수를 꿈꾸는 세 흑인여자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이다. 1982년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져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쓴 작품이다. 2006년에는 팝스타 비욘세 놀스를 기용한 영화가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배우 박은미(27)를 보면 “이것이 인생”이란 카피가 떠오른다. 박은미야말로 드림걸즈를 통해 ‘드림’을 보여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은미는 드림걸즈에서 여성 보컬그룹 드림스의 멤버 ‘디나 존스’ 역을 맡았다. 드림스의 리더는 원래 노래 잘하고 괄괄한 에피 화이트였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외모가 뛰어나고 몸매 좋은 디나로 교체되게 된다.

박은미는 2009년 드림걸즈의 한국초연 때에도 디나였다. 데뷔작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식 디나는 아니고, 디나의 커버였다. 커버는 말 그대로 디나를 맡은 배우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무대에 서지 못할 때 빈 자리를 ‘커버’하는 대타배우다. 당시 디나는 정선아가 맡고 있었다.

박은미는 “커버치고는 많이(8회) 무대에 섰다”고 했다. 정선아가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박은미가 긴급 투입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언제 무대에 설지 모르니 매일 공연장에 나와야 했다. 대기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정)선아언니가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을 보며 따라하는 것이 일과였다.”

여성 보컬그룹 드림스의 리더 디나 존스를 맡은 박은미(가운데)가 노래하는 뮤지컬 드림걸즈의 한 장면. 2009년 초연 당시 커버배우로 무대에 섰던 박은미는 이번 공연에서 당당히 주연을 꿰차며 금의환향했다.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여성 보컬그룹 드림스의 리더 디나 존스를 맡은 박은미(가운데)가 노래하는 뮤지컬 드림걸즈의 한 장면. 2009년 초연 당시 커버배우로 무대에 섰던 박은미는 이번 공연에서 당당히 주연을 꿰차며 금의환향했다.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 박은미의 금의환향 “다른 사람이 하면 배 아플 것 같아서”

그랬던 박은미가 이번에는 당당히 디나 역을 따냈다. 박은미의 금의환향이다. 하지만 막상 ‘합격통지’를 받았을 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단다.

“2009년 당시 다음 공연에도 꼭 디나를 해야지 하고 결심했다. 선아 언니보다 잘 할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실은 다른 사람이 하면 배가 아플 것 같았다.”

박은미는 “언젠가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막상 ‘콜’을 받고 보니 아직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앞섰다. 그래도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하면 아무래도 배가 아플 거 같아서(웃음).”

뮤지컬계 대표적인 ‘건강미녀’ 박은미는 드림걸즈를 앞두고 고강도의 체중감량에 들어갔다. 에피역의 박혜나가 고강도의 체중증량에 돌입한 것과는 정반대다. 닭 가슴살 캔, 고구마로 도시락을 싸 하루 두끼만 먹고 권투선수를 방불케하는 줄넘기로 6주 동안 5kg를 뺐다. 아름답고 섹시하면서도 건강미가 물씬 풍기는 ‘박은미 디나’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겉을 만들고 나니 이번엔 속이 문제였다.

“솔직히 2009년에는 배우가 아니었다. 역할을 분석해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그냥 따라하는 사람. 커버이기 때문에 메인배우의 호흡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기도 했고.”

박은미가 새로 발견한 디나는 현실적인 여자다. 에피 대신 리더 제안을 받았을 때 디나는 거절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박은미는 착하고 순진하게만 보였던 디나의 내면에 감추어진 욕망을 들추어냈다.

“드림걸즈는 넘버(음악)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배우들도 넘버 때문에 이 작품을 하고 싶어 했고, 관객 분들도 넘버를 기대하고 오신다. 연기 자체가 다 넘버 안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넘버만 기대하고 오셨다가 예상치 못한 감동을 받으실지 모른다. 우리의 고민은 관객에 앞서 우리가 먼저 감동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뜨거운 고민이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비로소 우리는 진짜 ‘드림걸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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