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억 비리중 해군이 1707억… 예비역장성 6명 구속-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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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합수단 출범 108일
총 23명 기소… 정관계 로비도 수사

‘통영함엔 성능 미달 음파탐지기, 전투기엔 중고부품, 방탄복은 북한군 소총에 뚫려….’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한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100여 일에 걸친 수사로 확인한 국군의 맨얼굴이다. 합수단은 출범 107일을 맞은 8일까지 6건의 방산 비리 수사에서 총 23명을 기소하고 36명을 추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비리는 군함 건조부터 전투기 정비, 방산물자 납품까지 육해공을 가리지 않았다.

○ 해군, 1700억 원대 사업 비리 “쑥대밭”

방위사업 비리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해군은 직격탄을 맞았다. 합수단 수사로 드러난 사업 비리 규모 1981억 원 중 해군이 170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금까지 예비역 장성 6명이 구속되거나 기소됐는데, 5명이 해군 장성 출신이다.

특히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62)은 재임 중이던 2008년 차기 호위함 등의 수주 및 납품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STX조선해양과 STX엔진 등에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아들 회사로 7억7000만 원을 건네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예편 후 STX그룹 고문 등으로 활동하던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예비역 중장)은 정 전 총장과 STX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다.

방위사업 비리 수사를 촉발한 해군 통영함 소해함 사건으로는 현재까지 7명이 기소되고 추가로 2명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통영함 소해함 사건은 납품업체의 입찰 단계부터 사실상 최종 선정 단계인 시험평가까지 전 과정이 뇌물로 얼룩졌다. 방산업체 H사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은 예비역 장교들이 방사청 소속 군인들에게 줄을 대고, 방사청 간부들은 H사가 입찰에 유리하도록 공문서를 조작했다. H사 대표에게 뇌물을 받은 해군 대령이 장비 시험평가 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이후 진행될 통영함 수사의 최정점은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으로 통영함 사업을 총괄했던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의 사법처리 여부다. 합수단은 황 전 총장의 연루 여부를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으며, 혐의가 드러나면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 후배가 조종할 전투기에 중고부품 끼워넣어

합수단은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 비리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면서 2년 6개월가량 도주 행각을 이어오던 이 업체 대표 박모 씨(53·공군 부사관 출신)를 체포하고 243억 원대 비리 전모를 밝혀냈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자 공군참모차장을 지낸 천기광 씨는 회장 직함을 갖고 활동하면서 F-4 전투기와 KF-16 전투기 부품 정비 비리에 가담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군 조종사 후배들이 탈 전투기에 중고부품이 들어가는 일을 도운 셈”이라고 말했다.

합수단은 특전사에 ‘북한군 소총에 뚫리는’ 방탄복이 지급된 경위도 수사했다. 납품업체인 S사의 ‘다기능 방탄조끼 부대시험결과’가 허위 작성된 혐의를 포착해 현역 육군대령 전모 씨를 구속 기소했다.

합수단의 다음 수사는 방위사업 비리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원인과 정관계 로비 의혹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군 내부에서의 평가 과정도 중점 수사 대상이다. 다만 군의 뿌리 깊은 비밀주의 탓에 방산 비리의 핵심인 로비 의혹까지 규명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기자
#방산 비리#해군예비역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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