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회고록/5대 쟁점 팩트체크]세종시 수정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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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세종시 수정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2009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측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데는 ‘잠재권 대권 주자에 대한 견제’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표 측이 세종시 수정안에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것과 관련해 “2007년 대선 초기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후보에 버금가는 행보를 한 전력이 결정타였다”고 적었다. 이어 “전혀 근거 없는 추론이었지만 내가 세종시 수정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2012년 여당의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며 “돌이켜보면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였던 박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력 대선 후보였던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에 끝까지 반대한 진짜 이유는 정 전 총리에 대한 견제 심리였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9월 16일 박근혜 전 대표와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단둘이 만난 내용도 공개했다. “박 전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하며 세종시 문제가 충청도민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학기술도시를 만드는 방안을 3년 이상 검토했고 이것이 기존의 세종시 안보다 훨씬 더 크니까 충청도민들이 선택하게 하면 될 것 같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에서 부결됐고 박 전 대표는 ‘정치적 승리’를 거둔다. 이 전 대통령은 정 총리 후임으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내정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차기 대권 후보로 오인돼 견제받은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회고록의 내용에 대해 당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했던 친박계 인사들은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한 것은 국민과의 큰 약속을 지키는 신뢰 정치, 지역 균형 발전이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며 “정치공학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그때 (세종시) 약속을 깼다면 오늘날 새누리당의 존재도 사라졌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국민적 합의가 없는 수도 이전에 반대했다”며 “행정수도 이전이 꼭 필요하다면 통일 후까지 대비한 천년대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이명박 회고록#세종시 수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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