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乙이 돼 일하면 사회갈등은 줄고 공익은 커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제1회 대한민국 공무원상’ 훈장받는 열혈 3人

박수 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무대 위에 선 아이들의 표정은 분홍빛으로 상기됐다. 코를 훌쩍이는 아이도 있었다.

지난해 5월 서울소년원생으로 구성된 가면문화예술봉사단이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찾아 마술과 합창 공연을 했다. 관객은 앉아 있기도 힘든 중증장애인. 이날 공연을 마친 원생들은 ‘나만, 우리 집만 불행한 줄 알았는데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있었다’ ‘앞으로 작은 봉사라도 꼭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일기에 적었다.

그리고 조용한 기적이 시작됐다. 서울소년원의 재입소율은 2013년 24%(64명)에서 지난해 6%(15명)까지 낮아졌다. 원생들의 검정고시 합격률은 95.9%로 올랐고, 연간 3, 4명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은 25명에 달했다.

원생들의 뒤에는 50개의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한 최철한 씨(52·현재 청주소년원 보호6급)가 있다. 정부 사업에 지원하거나 직접 기업에 호소해 후원을 이끌어냈다. 뒷걸음질 치는 원생들과 함께 시(詩)를 짓고 낭송하는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퇴직교사로 구성된 ‘멘토링단’도 운영했다. 직업 훈련을 통해 원생들이 홀몸노인의 영정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고 반찬을 만드는 일도 했다. 최 씨는 “아이들이 재기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할 수 없어 교육과 교화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 원생들의 범죄 경력이나 가족 관계를 아예 읽지 않는다.

최 씨는 26년간 전국 소년원을 돌며 일했다. 근무 기간 동안 큰 사고 없이 일하다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만이다. 최 씨가 없던 업무까지 만들어 가며 일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에서 열심히 일하면 개인적으로 부자가 되지만, 공무원이 열심히 일하면 사회가 발전합니다. 바로 공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사명감 때문입니다.”

최 씨는 올해 처음 제정된 ‘대한민국공무원상’ 수상자로 선정돼 훈장을 받는다. 전문성을 갖고 공직에 헌신한 공무원을 격려하기 위해 처음 제정된 상이다. 수상자들은 낮은 자세로 봉사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줄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역시 훈장을 받는 류관훈 씨(47·광주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는 여수지방고용노동청에 근무하면서 여수시를 이른바 ‘무파업 도시’로 만들었다.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던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년간 200차례 넘게 노사 양측을 만났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달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진심이 통했고 2012년 5월 5년 만에 파업이 끝났다. 노사는 상생선언을 했다. 당시 만났던 근로자들은 지금도 어려운 일을 상의하고 명절 때 안부를 묻는 형 동생 사이가 됐다. 류 씨는 “진심을 다해 일하면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딱딱한 조직 문화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한 공무원도 있다. 항공사진 같은 공간정보와 도로명주소 같은 행정정보를 연결해 누락된 세금을 찾아내는 ‘탈루·누락세원 발굴시스템’을 개발한 이범철 씨(46·인천시 감사관실 세무 6급)다. 21년간 세무공무원으로 일한 이 씨는 ‘세금을 공정하게 걷어야 내는 사람이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7월부터 5개월간 수없이 밤을 새우며 작업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약 111억 원의 탈루 세원을 발굴했다. “먹고살 만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으니까요. 공무원 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