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황석영이 직접 쓴 우리 문학 리뷰, “차기작 계획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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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한국 문학에 바치는 헌사입니다. 우리 문학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전 10권·문학동네) 출간 간담회에서 문단의 원로인 황석영 작가(72)는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했다. 그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3년간 1925년 작 염상섭의 ‘전화’부터 2011년작 김애란의 ‘서른’까지 101편을 골라 그만의 해설을 썼다. 한국 문학과 독자를 이어주는 ‘현대식 교량’이 되겠다는 길잡이의 마음으로 썼다.

책에는 황 작가의 리뷰와 단편소설 전문, 신수정 문학평론가의 시대별 해설이 함께 수록됐다. 신 평론가는 “황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본능적 애정이 겹쳐 읽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황 작가는 기존의 근대문학 선집과 차별화를 강조하며 근대문학의 출발점을 이광수나 김동인이 아닌 염상섭으로 삼았다. 그는 “지금까지 단편선은 계몽주의 작품에서 출발해 적당한데 멈추고 젊은 작가 몇몇 끼워 넣는 식”이었다며 “염상섭의 작품들에서 애매모호한 계몽주의에서 벗어난 근대 자아가 보여 그를 출발점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1962년 등단해 문단 선후배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1989년 정부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해 큰 파문을 일으켰던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라이벌로 부를 정도로 좋아했지만 사는 공간이 달랐던 이문구 작가와의 애틋한 사연, 북한 체류 당시 취재한 월북 작가들의 이후 행적 등에 눈길이 간다. 그는 첫 부인인 홍희담의 ‘깃발’도 소개한다. 그는 홍희담을 ‘그이’라고 부르며 “환갑이 넘어서도 여전한 소녀 같은 열정과 살아남은 자의 부채의식이 어느 5월 그를 벌떡 일어나게 했다”고 썼다.

황 작가는 10권 중 3권을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연수 박민규 황정은 등 젊은 작가에게 할애했다. 그는 “1989년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뒤늦게 후배들을 재발견했다”며 “그들의 만개한 서사를 읽으며 젊은 피를 수혈했다”고 극찬했다. 한국문학의 위기에 대해선 “우리 문학은 늘 위기였고 이를 뚫고 극복하면서 꽃을 피웠다. 자국 문학을 읽는 건 자기 삶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대의 초상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기작 계획도 밝혔다. “화장실에 똥 누러 다녀왔더니 어느새 칠십이 넘었습니다. 올 봄에 회한이 담긴 연애를 다룬 경장편 소설을 하나 발표할 예정입니다. 장편 두어 편 쓰면 인생이 끝날텐데…. 죽음이 다가오기 시작했으니 만년문학의 첫 문을 힘차게 열 것입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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