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심장을 쏴라’에는 □□이 있고 □□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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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비교해보니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두 주인공 승민(이민기)과 수명(여진구)이 25세 동갑내기라는 설정. 실제로는 띠 동갑인 두 배우의 호흡이 극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피터필름 제공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두 주인공 승민(이민기)과 수명(여진구)이 25세 동갑내기라는 설정. 실제로는 띠 동갑인 두 배우의 호흡이 극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피터필름 제공
28일 개봉한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여러모로 1975년 미국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떠오른다. 둘 다 탄탄한 소설이 원작인 데다 정신병동을 무대로 했다. 강압에 맞서 탈출을 꿈꾸는 전개나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도 닮았다. 물론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해 5개 부문을 수상한 ‘뻐꾸기…’의 내공과 비교하긴 무리겠지만, 그 나름의 독특한 매력이 배어 있다.

○ ‘내 심장을…’에 있는 것

①청춘=‘뻐꾸기…’의 잭 니컬슨도 젊긴 했다. 그러나 거의 마흔이었다. 앳된 이민기(30·승민 역)와 어린 여진구(18·수명 역)에 비할 바는 아니다. ‘내 심장을…’은 이러한 청춘들이 현실에서 몸부림치는 뒤틀림에 초점을 맞춘 작품. 끊임없이 세상을 뛰쳐나가고픈 승민. 분출구를 찾지 못해 안으로만 숨는 수명. 둘 다 우리네 청춘의 표상이긴 마찬가지 아닌가. 어떤 젊음에게나 세상은 갑갑한 새장이니까.

②브로맨스=소설과 달리 맥머피(니컬슨)를 원 톱으로 세웠던 ‘뻐꾸기…’. ‘내 심장을…’은 원작 그대로 투 톱의 무게중심을 잘 유지한다. 승민이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면, 수명이 이를 쓸어 담는다. 승민의 날선 눈매와 수명의 깊은 눈빛이 엮어 낸 묘한 앙상블. 때론 브로맨스를 넘어서는 코드로 읽히기도 한다. 그나저나 머리를 곱게 묶은 여진구는 극중 ‘미스 리’란 별명이 어울린다.

③액션=정신병원이 주 무대니 자칫 갑갑할 수 있었을 터. 영화는 이들의 반복된 탈출에 액션을 가미해 돌파구를 찾는다. 창공을 가르는 패러글라이딩이나 물살을 가르는 모터보트 신이 조미료 역할을 한다. 특히 여진구는 촬영을 위해 ‘동력 수상레저기구 조종 면허’도 땄단다.

○ ‘내 심장을…’에 없는 것


①잭 니컬슨=당연히 어디서 쉽게 구할 아이템이 아니다. 이민기도 그 나름으로 분투했지만, 어찌 비할 수 있겠나. 어느 작품에서나 존재감을 뿜어내는 니컬슨은 ‘뻐꾸기…’에선 맥머피를 위해 태어났단 찬사까지 받았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역시 그의 몫이었다. 함께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수간호사 래체드를 연기한 루이스 플레처도 대단했다. 다른 작품은 떠오르지도 않는 ‘인생 연기’였다. ‘내 심장을…’에선 최 간호사(유오성)가 중심을 잘 잡아 주나 비중이 크진 않다.

②저항정신=물론 ‘내 심장을…’도 갈수록 각박한 사회에 어깨가 처진 청춘을 위한 다독임이 엿보인다. 그러나 ‘뻐꾸기…’가 지닌 폐부를 찔러 오는 날카로움은 찾기 어렵다. 집단이란 체제에 순응을 요구하는 권위주의에 정면으로 부딪히던 맥머피.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동료의 맘속에 살아남는다. ‘내 심장을…’에서도 승민이 수명의 변화를 이끌지만 다소 흐름이 헐겁다. 문제용 감독은 “영화 속 정신병원은 사회의 축소판”이라며 “관객들이 자기 자신을 찾는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얼마만큼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내 심장을 쏴라#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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