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쓴소리’ 하지 않는 대통령특보는 의미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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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임명된 이명재 민정, 신성호 홍보, 김성우 사회문화, 임종인 안보특보가 어제 처음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보단을 좌우에 앉도록 예우하면서 “각 수석들과 긴밀하게 협조를 해서 국정운영이 보다 원활해지고, 국민의 소리도 다양하게 들어서 어려운 점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 나름대로 특보단 역할을 정의한 것이지만 이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알기 어렵다. 액면 그대로 해석한다면 특보가 대통령을 통하지 않고 직접 수석비서관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업무 협조나 업무 처리를 하는 자리로 인식될 수도 있다. 특보단이 계속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해 청와대와 쌍방향 소통을 해달라고 주문했으나 자칫 ‘대통령특보’가 아니라 ‘수석의 특보’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특보단 신설을 밝힌 것은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특보를 통해 청와대 밖의 여론은 물론이고 내부 인사가 하기 힘든 ‘쓴소리’도 들으면서 폭넓은 식견과 혜안을 키우기를 국민은 기대했다.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도 “특보는 아무 때나 거리낌 없이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상담역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제 대통령 말처럼 특보가 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공식 시스템에서 그 역할을 일부 대행한다면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특보를 왜 두어야 한단 말인가.

특보가 수석비서관 위의 옥상옥(屋上屋)이 되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특히 이명재 민정특보의 경우 검찰 기수와 나이, 경륜에서 큰 차이가 나는 우병우 민정수석과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측이 역할 다툼이나 파워게임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사퇴 뒤 이 특보가 우 수석과 긴밀하게 협조해 ‘검찰 다잡기’를 원활하게 하려는 것인지 주시하는 눈이 많다.

일각에선 김 실장이 청와대 개편이 마무리되면 사퇴 후 특보단장을 맡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무특보가 추가로 임명되면 특보가 5명으로 늘어나지만 그렇다고 단장까지 둘 필요가 있는가. 김 실장을 계속 대통령 곁에 둔다면 청와대 쇄신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특보#수석비서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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