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태면]쿠바를 보며, 한반도를 생각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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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면 외교부 본부대사
권태면 외교부 본부대사
지난해 12월 미국과 쿠바가 50년 적대관계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국제사회와 언론은 ‘라틴에서의 베를린 장벽 붕괴’라고 평하고 있다. 앞으로 두 나라 관계가 획기적으로 좋아진다면 쿠바와의 새로운 역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대 외교업적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도에는 북한만 마지막 냉전의 잔재로 남는다.

쿠바와 북한은 여러모로 닮았다. 두 나라는 수준 높은 의료와 교육 시스템 등 한때 성공적 사회주의를 이룩한 동양과 서양의 모델 사례였다. 그러나 냉전 종식과 함께 갑작스러운 러시아의 원조 중단으로 국가경제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1990년대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쿠바와 북한은 다른 점이 훨씬 많다.

첫째, 쿠바는 미국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이웃 국가다. 플로리다 건너편에 보이는 시장이요, 군함과 화물선이 거쳐 가야 하고, 매년 100만 명의 캐나다인들처럼 미국인들도 휴가를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곳이다.

둘째, 쿠바는 미국에 아무런 안보 위협이 되지 않는다. 냉전사에서 유명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앙골라나 니카라과 같은 나라들의 혁명을 지원해 온 골치 아픈 쿠바는 옛날이야기다.

셋째, 국제적으로 쿠바 문제는 미국에 원군이 없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너무 많은 나라와의 관계가 가로막히는 걸림돌이다. 중남미는 물론이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지난 20년간 미국에 금수조치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넷째, 인구가 200만 명이 안 되면서도 6명씩이나 연방 상하원 의원을 보유한 쿠바 동포사회는 미국 내 소수 인종 중 유대인 다음으로 정치력이 강하다.

쿠바는 6·25전쟁 때 한국에 물자를 지원하기도 했으나 피델 카스트로 댄스의 낭만을 찾아 한국 젊은이들이 해마다 5000명이나 관광을 가는 곳이다. 이제 쿠바와 국교가 없는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뿐이다.

외국 대사관이 100개가 넘는 수도 아바나에 조속히 한국대사관을 여는 일은 그간 비정상이었던 우리의 외교망을 정상화하고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없애 나가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권태면 외교부 본부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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