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 주차라인 없애겠다” 동작구 모 교회, 불법주차에도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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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월 23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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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모 교회에서 불법주차를 하고도 도리어 협박하는 일이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9일 자동차전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동작구 XX교회 불법주차로인한 전화통화’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이는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의 모 교회 앞에서 실제로 발생한 일이다.

사건의 당사자 A 씨는 지난 18일 자신이 사용하는 거주자우선 주차공간에 교회를 방문한 차량이 주차돼 있어 두 차례 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차주는 전화를 받지않았고, 개인적인 일로 바빴던 A 씨는 신고 후 차량을 견인시켰다.

이후 견인된 차량의 차주인 교회 B 집사가 “예배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며 A 씨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그 다음 내뱉은 말이 A 씨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B 집사는 “당신이 신고를 했냐. 전화번호를 알고 있으니 주차된 차량 전화번호를 비교해보겠다”며 보복성 멘트로 A 씨를 두려움에 떨게했다.

A 씨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B 집사에게 다시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고 그냥 이대로 마무리 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다음날, 이번에는 같은 교회 장로가 A 씨에게 전화해 “당신이 거주자 주차라인에 주차했다고 우리 교회 신자를 신고했냐”면서 “내가 민원을 넣어 거주자 주차라인을 없애도 되겠냐”고 협박한 것이다.

A 씨는 “불법주차했으면 사과가 먼저 아니냐. 지금 협박하는 거냐”고 되물었지만 교회 장로는 “거주자 주차라인을 없애도 되겠냐”며 재차 따졌다고 한다.

이어 장로는 “그 곳은 거주자 주차라인만 아니면 누구나 사용할 수있는 주차공간인데 그쪽이 우리 신자가 주차했다고 신고했으니 나도 구청에 전화해서 거주자 주차공간이 불법이니 없애라고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장로는 A 씨에게 “거주자 주차공간이 없어져야 거기 주차한 사람들이 당신 때문에 불편해진 줄 알지”라고 말하며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견인은 그래도 좀 심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교회 측의 대응을 비난하는 댓글이 난무하고 있다.

A 씨가 공개한 불법주차 차량 견인증.
A 씨가 공개한 불법주차 차량 견인증.
다음은 ‘동작구 모 교회 불법주차’ 글을 올린 A 씨와 사실 확인을 위해 통화한 내용 전문이다.

A 씨는 “향후 있을지 모를 일에 대비해 증거 차원에서 모두 녹취를 했다”고 밝혔다.

▶ 인터넷상에 올린 글이 모두 사실인가
“보배드림에 글 올린게 (보탬없이)모두 사실이다. 일단은 증거 확보를 위해 녹취까지 한 상태다. 통화 내용을 그대로 썼다. (주차라인 없앨 것 등)협박한 내용과 내가 쓴 내용 모두 교회에서도 인정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전화내용 녹취까지 하겠다고 하니까 장로가 마음대로 하라고 하더라”

▶ 어떤 식으로 협박을 했나
“나에게 당신이 신고했냐고 묻더라. ‘이 번호가 당신 번호지?’라며 ‘이 번호랑 차 번호랑 비교하면 알 수 있겠구나’라며 끊어버렸다. 황당해서 전화를 계속했는데 받지않았다.

거기서 끝나는 줄 알았다. 근데 다음날 장로가 전화를 걸어와 ‘거주자 주차라인을 지워도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대뜸 묻더라. ‘무슨 말 하냐’고 하니까 ‘대답만 하라’고 재차 물었다.

원래는 이게 도로라서 거주자 주차라인을 지울 수도 있다고 설명하더라. 거주자 주차라인 때문에 오히려 교회 방문 차량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거주자 주차라인을 없앨 수 있다고 나에게 협박했다. 어이가 없었다. 마지막까지 없애도 되냐고 묻더라”

▶ 인터넷상에 글을 올린 후 전화 온 것은 없나
“인터넷에 글을 올린 후 월요일 오후에 한차례 전화가 왔다. 장로가 나에게 민원을 넣지 않겠으니 글을 삭제하라고 했다.

인터넷상이 떠들썩하니 수요일(21일)에 장로가 문자메시지로 사과를 하고싶은데 어떻게 사과를 원하느냐고 전화가 왔다. 인터넷에서 난리가 나자 뒤늦게 어부지리로 사과하느냐고 했다.

월요일, 화요일까지도 나에게 큰 소리치더니 왜 갑자기 그러느냐. 공개적인 사과를 원한다고 했다”

▶ 차량 해코지나 민원을 넣은 것은 확인됐나
“차량 해코지는 없었다. 혹시 몰라 차량을 숨겨놓았다.

(월요일 오후에)장로가 또다시 전화해 신고 안 해줄테니 인터넷에 올린 글 지우라고만 했다. 어이가 없어서 신고하라고 했다. 사과하라고 하니까 ‘사과할 이유도 없고 벌금 낸거로 된 것 아니냐’고 하더라. ‘왜 자꾸 사과를 원하느냐’며 인터넷 글만 지우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A 씨는 “일요일에 항상 교회 방문자들의 주차 문제로 짜증나긴 했었다. 나도 견인한 거는 과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후에 (교회 장로가)대응하는 방법들이 어이가 없어서…”라고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도깨비뉴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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