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웃는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원 횡성군 안흥에 사는 형님 댁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택배아저씨가 드나든다. 외진 곳이라서 모든 것을 주문으로 구입하기 때문인데 형님은 여러 택배회사에서 오는 아저씨들을 가만히 관찰해봤다고 한다. 택배로 물건을 보낼 때 어떤 아저씨를 부를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형님 댁에서는 강아지 두 마리를 키웠는데 이 강아지들이 사람 구경하기가 어렵다 보니 택배아저씨가 오면 반가워 어쩔 줄 모르며 마구 달려들었다. 그런데 택배아저씨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이라고 했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중이다 보니 귀찮다고 발로 차버리는 사람, 얼굴을 찡그리며 짜증을 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언제나 웃는 얼굴로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 아저씨가 단골로 선택되었다.

자주 드나들면서 친해진 터라 그 아저씨에게 힘든 택배 일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시골길을 구석구석 운전하고 다니는 것이 좋아서요.” 의외의 답이었지만 항상 웃는 얼굴인 이유를 알았다. 일을 즐기기 때문에 나오는 여유였다.

고단한 일을 하면서도 웃으며 일할 수 있다면 행복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다 보면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웃다 보면 자꾸만 웃을 일이 생긴다. 웃는 사람에게는 상대방도 마음을 열게 되니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좋은 일이 생기니 웃게 되고 이렇게 웃음이 웃음을 부르는 것이다.

같은 일도 즐겁게 하면 바라보는 사람도 덩달아 즐겁다. 2500년 전에 이미 공자는 “지식으로 하는 것은 좋아서 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서 하는 것은 즐겨서 하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어차피 우리가 한평생 일하면서 살아야 한다면 자신이 하는 일을 즐겁게 생각하고 하면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들도 즐겁게 만든다.

그러나 최근 어린이집 폭행사건에서 볼 수 있듯 하는 일을 즐기지 못하면 커다란 비극을 낳기도 한다. 그 사건의 영상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저 보육교사는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서 왜 저 일을 시작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일이 즐겁지 않으니 날마다 아이들에게 화가 났을 것이고 급기야 많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자신은 구속되는 최악의 지경에 이르렀다. 서른셋의 아름다운 나이에 그 보육교사는 웃을 일이 없어진 것이다. 자신의 일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새삼 실감한다.

윤세영 수필가
#웃는 얼굴#안흥#행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