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침몰하고 있다” 조난신고, 알고보니 선장의 ‘화풀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1일 15시 33분


코멘트
12일 오후 7시 20분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항에 정박한 문어잡이 어선 H호(11t) 조타실. 선장 심모 씨(52)가 의자에 앉아 선박 무선통신장비(VHF) 채널 16번으로 “거문도와 백도 중간 해상에서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떠들었다. VHF16번 채널은 침몰 등 조난상황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인근 선박, VTS 등이 동시에 무전을 들을 수 있다.

심 씨의 무전을 처음 청취한 여수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곧바로 여수해경 508함(500t) 등 경비함정 5척을 긴급 출동시켰다. 또 조명탄과 구조대원을 실은 항공기를 이륙 준비시켰다.

심 씨는 진도VTS와 교신하면서 선박 이름을 가짜로 밝혔고 휴대전화 번호는 마지막 끝자리 4개만 사실대로 통보했다. 그는 “백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 중이다.” “다른 배가 예인을 해줘 거문도에 도착했다”며 33분간 횡설수설했다.

무전을 청취하며 출동하던 508함 직원들은 신고자의 휴대전화 끝자리 4개가 최근 단속에 불만을 품고 항의 전화를 했던 선장 번호와 일치하는 것을 수상히 여겨 거문도해경안전센터에 수색을 요청했다. 거문도 해경안전센터 직원들은 H호 조타실에서 심 씨를 검거했다.

심 씨는 지난달 28일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떨어진 백도에서 508함의 계도를 받았다. 백도는 명승 7호로 지정돼 주변 200m내 해상에서는 조업이 제한된다. 심 씨는 계도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로 508함 직원들에게 두 차례 항의전화를 했다.

여수해양경비안전서는 심 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심 씨는 해경조사 결과, 음주 상태에서 갑자기 508함이 계도했던 것이 생각난 데다 최근 선원 2명이 일을 그만 둬 조업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화풀이로 허위 조난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 관계자는 “허위 조난신고를 하면 진짜 조난을 당한 선박이 VHF16번 채널을 사용하기 힘들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