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1000회 무대를 한국서 맞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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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 역 맷 로랑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 역을 16년간 맡아 열연한 배우 맷 로랑.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내한 공연차 방문한 그는 콰지모도 인형을 손에 든채 “다시 한국 팬들 앞에 서게 돼 행복하다”며 웃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 역을 16년간 맡아 열연한 배우 맷 로랑.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내한 공연차 방문한 그는 콰지모도 인형을 손에 든채 “다시 한국 팬들 앞에 서게 돼 행복하다”며 웃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인공 콰지모도는 괴물 같은 외형을 지녔다. 등이 굽었고 어깨와 입은 사선으로 틀어졌다. 게다가 한쪽 다리를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닌다.

1999년부터 16년간 콰지모도 역을 맡아온 프랑스 뮤지컬 배우 맷 로랑(48)을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반전의 매력이 느껴졌다. 전날 개막한 이 작품의 내한 공연 무대에서 ‘추남’이었던 그는 무대 밖에서는 깎아놓은 듯한 미남이었다. 걸걸한 목소리의 콰지모도와 달리 실제 그의 목소리는 달달하기까지 했다.

그는 다음 달 ‘특별한 무대’를 맞는다. 콰지모도로 1000번째 무대에 오르는 것. 현재 누락된 해외 공연을 점검 중이어서 정확한 날짜가 나오지 않지만 한국 공연 기간에 1000번째 무대를 맞는 것은 확실하다.

그는 “처음 콰지모도로 캐스팅됐을 때 30번 정도 무대에 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1000회나 무대에 오르게 됐다”며 “스스로 놀랍고 특히 한국 공연에서 의미 있는 무대를 맞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꼭 10년 전인 2005년 그는 같은 공연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 한 달간 관객 8만 명이 몰려 세종문화회관 역사상 ‘최단 기간 최다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06년 앙코르 공연 때는 11만 명이 봤다. 이후 몇 차례 더 내한 공연을 가진 ‘노트르담…’의 흥행 성적은 늘 ‘A+’였다. 그 중심엔 ‘맷 로랑’이 있었다.

그는 “오래된 한국 팬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며 웃었다. “예전엔 한국 팬들이 편지로 연락했는데 요즘엔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메시지를 보내오죠. 15일 첫 무대를 마친 뒤 공연장을 나서는데 많은 한국 팬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최근 제가 캐나다에서 낸 솔로앨범을 들고 온 팬들도 있어 정말 놀랐어요.”

그는 젊은 시절 캐나다에서 가수로 활동하며 두 장의 솔로앨범을 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1999년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그는 운명처럼 오디션을 통해 콰지모도를 만났다. 그는 “콰지모도를 만난 뒤 인생이 바뀌었다”며 “콰지모도는 내게 분신과도 같다”고 했다.

그는 공연 때 15kg이나 되는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그는 “무거운 의상이 연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마음도 저절로 무거워지는 효과가 있어 주인공의 고독과 슬픔이 더 잘 표현된다는 것. 그래도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옷 무게 때문에 무릎과 등이 아프고 두통도 온다”면서도 “무대 뒤에선 늘 의상을 벗고 대기한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콰지모도를 가장 오래 연기한 그에게 실수담을 물었다. “어제도 실수했다”며 그는 크게 웃었다. “저도 사람이다 보니…. 하하. 어제는 벽을 타고 내려오다가 손잡이를 놓쳐 살짝 떨어졌어요. 유독 세종문화회관에서 사연이 많아요. 제가 프랑스계 캐나다인인데 프랑스어로 노래하다 영어가 갑자기 튀어나온 적도 있고요.”

그는 요즘 한국어도 배우고 있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한국인 무용수들을 통해서다. “잘 지내?” “나 아파”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등 간단한 한국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는 “허락되는 한 최대한 오래 콰지모도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이번 공연이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오리지널팀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성사됐잖아요. 10년 뒤 20주년 한국 무대에서도 제가 콰지모도로 출연하면 좋겠습니다. 하하.”

공연은 다음 달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만∼20만 원. 02-541-623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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