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히면서 성장하라” 유재학의 특별한 제자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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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이상민 감독과 연세대 사제… SK에 두 시즌 연속 PS 쓴잔 안기고
삼성엔 18연승 기록하고 있지만 ‘만수’ 전술-리더십 등 배우게 해

문경은 감독(왼쪽)과 이상민 감독
문경은 감독(왼쪽)과 이상민 감독
유재학 감독
유재학 감독
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52)은 1989년 말 모교 연세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때 인연을 맺었던 제자들은 어느새 자신과 같은 위치인 프로 감독들이 됐다. 90학번인 SK 문경은 감독(44)과 91학번인 삼성 이상민 감독(43)이 그 둘이다. 유 감독은 농구대잔치 스타인 문, 이 감독에게 각별한 기억도 있다. “문 감독은 처음 봤을 때 슈팅 거리가 엄청 길어 놀랐다. 이 감독은 영리하게 농구를 참 잘했다. 둘 다 한창때 나이여서 가끔 몰래 놀러나갔다 걸려 혼도 참 많이 냈다(웃음).” 문 감독과 이 감독에 서장훈까지 가세한 연세대는 농구대잔치 정상에 서며 성인 무대를 평정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유 감독은 어느덧 감독이 된 제자들과 코트에서 맞붙고 있다. 유 감독은 “선수로 봤던 아이들이 감독이 돼 벤치를 지키고 있어 처음엔 어색했다.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기도 하고. 참 대견스럽다”고 했다. 문, 이 두 감독은 사령탑이 돼서도 ‘만수’로 불리는 유 감독에게 여전히 배울 게 많아 보인다. 문 감독이 이끄는 SK는 2년 전 정규리그에서 우승까지 한 뒤 유 감독이 버티는 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4전 전패로 무너졌다. 지난 시즌에도 SK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에 패해 탈락했다. 이 감독의 삼성은 13일 모비스에 75-100으로 완패해 역대 프로농구에서 특정 구단 상대 최다 연패 기록인 18연패에 빠졌다.

대학뿐 아니라 프로에서도 유 감독 밑에서 뛴 적이 있는 문 감독은 “유 감독님은 디테일이 강하고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지략가”라며 “주축 선수에게 무한한 신뢰를 줘서 그 선수가 책임감을 갖고 뛰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연세대에 진학한 이유도 유 감독님 때문이었다. 꾸중도 들어가며 게임 리딩 등에 대해 눈을 뜰 수 있었다. 감독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다”라고 고마워했다.

올 시즌 SK는 모비스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삼성은 최하위에 처져 있다. 처지는 달라도 두 제자를 향한 유 감독의 애정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는 “개인적인 인연을 떠나 각자 팀을 맡고 있으니 어떤 평가를 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문 감독은 리더십이나 전술 구사가 안정감을 더해가고 있다. 이 감독은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지만 이런 과정을 헤쳐 나가면 나중에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주위에서도 기다리고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SK, 오리온스 누르고 단독 선두

한편 14일 경기에서 SK는 오리온스를 73-67로 꺾고 모비스를 제치고 단독 선두가 됐다. 전자랜드는 인삼공사를 85-72로 꺾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유재학#문경은#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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