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외도 의심이 부른 끔찍한 ‘인질 살인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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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서… 40대, 별거 아내의 前남편-의붓딸 살해

별거 중인 부인의 외도를 의심한 40대 남성이 부인의 전남편 등 4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5시간 동안 대치하다 결국 진압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범인은 인질극 도중 이미 전남편 등 2명을 살해한 뒤였다.

○ 경찰특공대 전격 투입해 검거


13일 오전 9시 36분경 안산상록경찰서에 B 씨(44·여)의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다세대주택 4층에서 남편이 두 딸을 잡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는 것. 이 집은 B 씨의 전남편 A 씨(49) 집이었다.

출동한 경찰 인질협상 대응팀과 B 씨는 범인 김모 씨(46)와 번갈아 가며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자수할 것을 설득했다. 그러나 김 씨는 “아내가 바람을 피웠으니, 집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 사과를 받아야겠다”며 버텼다. 경찰은 계속 김 씨를 설득해 오후 2시경 “형사 1명만 들여보내면 여자들을 내보내고 나도 자수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곧이어 방검복을 입은 형사가 문을 두드렸지만 응답이 없었다. 김 씨는 휴대전화도 받지 않았다.

김 씨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고 판단한 경찰은 30여 분 뒤 경찰특공대를 전격 투입했다. 첫 번째 팀은 건물 5층 옥상에서 로프를 이용해 4층 창문으로 진입했고, 나머지 팀은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방 안에 있던 김 씨는 별다른 반항 없이 체포됐다. 경찰은 “범인이 인질 살해나 자살 등의 추가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해 강제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 안 화장실에서는 A 씨가 숨져 있었다. 또 방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던 작은딸(16)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큰딸(17)과 A 씨의 지인은 무사했으나 큰 충격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 아내의 외도 의심해 범행

B 씨는 전남편 A 씨와 이혼한 뒤 2007년 3월 김 씨와 재혼했다. 그러나 잦은 다툼 끝에 지난해 8월부터 별거를 시작했다. 김 씨는 B 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외도를 의심했다. B 씨는 김 씨의 휴대전화를 수신거부 처리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인질극 하루 전인 12일 오후 3시경 부인의 외도 상대로 의심해온 전남편 A 씨 집으로 찾아갔다. 초인종을 눌러 “A 씨의 동생인데 볼일이 있어 왔다”라고 속인 뒤 집에 있던 A 씨의 지인과 작은딸을 각각 보자기, 운동화 끈, 넥타이 등으로 결박했다. 오후 9시경 귀가한 A 씨와 몸싸움을 벌이다 목 졸라 살해한 뒤 화장실에 방치했다. 두 시간 뒤 귀가한 큰딸도 결박해 감금했다.

김 씨는 A 씨의 두 딸에게 “네 엄마가 얼마나 나쁜지 아느냐. 바람을 피우고 다닌다. 나도 만나주지 않는데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횡설수설했다. 13일 아침에는 작은딸의 휴대전화로 B 씨와 통화를 했다. 놀란 B 씨가 자신에게 나쁜 감정을 보이자 격분한 김 씨는 작은딸의 목을 흉기로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경찰에서 “B 씨가 평소에 보험 일을 한다면서 술을 마시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등 바람을 피워서 사과를 받으려고 했는데 전화도 안 받고 해서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른 범행 동기가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한편 이날 A 씨의 아들(20)은 다니던 직장 기숙사에 있다가 화를 면했다. 경찰은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A 씨의 지인과 큰딸, B 씨를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안산=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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