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비행기 태워주겠다던 딸아이 헬기속 내 옆 관속에 누워 약속 지키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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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육성 담은 ‘금요일엔 돌아오렴’ 출간

지난해 5월 16일 세월호에서 한 달 만에 딸이 발견됐다. 아버지는 딸과 함께 헬리콥터를 타면서 많이 울었다. 200번째 시신부터는 훼손이 심해 수습에 앰뷸런스 대신 헬기가 동원됐다.

“미지가 나하고 농담을 잘해. 생전에 나랑 팔짱 끼고 드러누워서 ‘아빠, 이 다음에 내가 아빠 비행기 태워 줄게’ 했어. 그 말 많이 하잖아,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고. 헬리콥터로 올라오는 동안 내내 관 옆에서 울었어. 와, 이 자식이 죽으면서까지도 약속을 지키려고 그랬을까.”

세월호 유가족들의 육성을 담은 신간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사진)에 나오는 대목이다. 제목의 ‘금요일’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한 날을 뜻한다. 자식을 되찾고 싶은 부모들의 간절한 심정이 담긴 책이다.

“딸과의 좋은 추억만을 안고 사시라”며 시신을 안 보는 것이 낫다는 검안의의 설득을 받아들인 아버지가 “아무리 험해도 딸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게 나을 뻔했다”며 가슴을 치면서 후회하는 장면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공황장애로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희생자의 어머니가 진상규명을 위해 아이 이름을 부르며 광화문광장에 가까스로 발을 내디디는 일화도 소개됐다.

안산에 거주하는 김순천 작가는 지난해 4월 16일 진도행 버스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부모들을 우연히 목격했다. 당시만 해도 전원 생존이라는 오보가 언론에서 흘러나올 때였다. 이후 대형 참사로 밝혀지자 그는 지체 없이 다큐멘터리 감독과 작가 등을 불러 모아 현장으로 달려갔다.

김 작가는 13일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고통스러운 분들을 도와드려야 하는데 제가 할 줄 아는 게 글쓰기밖에는 없었다”며 “유가족 한 분을 인터뷰하고 나면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작가들도 하루이틀은 드러눕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장에는 고(故) 신호성 학생의 어머니 정부자 씨도 참석했다. 정 씨는 “아이 시신을 본 그날부터,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숨을 제대로 못 쉬어서 가끔 응급실에 가곤 한다”며 “진실을 밝힌 뒤 죽어서 내 새끼를 실컷 끌어안아 주고 싶다”고 했다. 출판사 측은 책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공익활동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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