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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불통’의 대통령 신년회견으로 새 국정동력 얻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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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불통’의 대통령 신년회견으로 새 국정동력 얻을 수 있겠나

동아일보입력 2015-01-13 03:00수정 2015-01-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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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새해는 어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말 청와대에서 불거져 온 나라를 뒤흔든 ‘정윤회 문건’ 파동을 마무리 짓고 정상적인 나라로 돌아가기 위해서도 국민은 박 대통령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박 대통령도 그런 민심을 알기에 “그동안 여러 가지 사회를 어지럽혔던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문건 파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허탈함을 드린 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공식 사과했을 것이다. 작년과 달리 비교적 자연스럽게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 궁금한 점을 묻고 대통령이 진솔하게 답한 형식을 취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문건 사건을 포함한 현실 인식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과 큰 괴리를 드러냈다.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검찰의 과학적 수사 결과 모든 게 허위이고 조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문건 유출은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잘못된 처신”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다. 과학을 전공한 대통령답다. 하지만 국민의 59%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최근 갤럽 조사 결과가 있다. 정윤회 씨에 대해서는 ‘실세는커녕 국정 근처에도 가까이 온 적 없다’는 대통령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누구와 국정을 의논하고 인사추천을 받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폐쇄적 통치방식 때문에 ‘비선 실세’ 논란이 사실처럼 퍼졌다는 것을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찌라시’ 논란을 일으킨 원인 제공자가 박 대통령 자신인데도 대통령이 “정말 터무니없는 일로 그렇게 세상이 시끄러웠다는 것은…(중략) 우리 사회가 건전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노기(怒氣)를 띠며 남 탓만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1년 전에 비해 대통령 지지율이 20%포인트나 떨어졌는데도 자신의 문제점은 인정하지 않고 남 탓, 언론 탓, 심지어 국민을 원망해서는 전임 대통령들처럼 실패의 길로 갈 우려가 크다.


다수 여론이 비서실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것도 그래야 박근혜 정부의 새 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면전환용 개편’을 좋아하지 않는다지만 인적 쇄신이 있어야 국면전환도 가능해진다.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은 문건 사건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문제를 키운 데다 청와대 기강 해이를 방치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무겁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김 실장이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감쌌고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세 비서관에 대해서는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세 비서관의 힘을 더 막강하게 만들어 주는 발언이다. 대통령이 통치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었던 국민은 희망을 버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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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가장 목말라하는 소통에 대해 박 대통령은 “각계각층 국민을 많이 초청해서 얘기도 듣고 활발히 했다”며 “장관들은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필요할 때면 언제든 대면보고 기회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들에게 “대면보고가 필요하세요?” 하고 물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는 대통령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소통을 그렇게 잘하고 있다면 왜 다르게 국민에게 알려지고 있는지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신설하겠다고 밝힌 부문별 특보는 소통 부재에 대한 나름의 보완적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근본적 생각이 변하지 않는 한 특보직은 그저 자리 몇 개 더 늘리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총리와 장관, 수석비서관 등 계선조직 인사들조차 대통령과 수시로 대면하기 쉽지 않은 구조에서 특보가 ‘문고리 권력’을 넘어 자유롭게 대통령과 소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어제 신년회견은 아무리 국민이 원하고 여론이 빗발친대도 박 대통령의 불통 스타일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그래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있는데 언론과 국민이 잘못 알고 있다는 데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은 남은 3년간 하고픈 일과 자신의 사명에 대한 질문에 “경제부흥과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은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국민은 답답함을 느꼈다. 경제만 잘 돌아가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을지 모르겠지만 경제개혁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도 국민의 마음을 잡는 것은 중요하다. 국민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바꿨으면 좋겠다는데 대통령이 이를 외면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국정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말 중요한 모멘텀을 박 대통령은 놓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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