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층 거주 새내기 소방관 이웃 13명 구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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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번날 잠자다 사고… 주민들 이끌어, 옥상서 옆건물에 판자 걸쳐 탈출시켜
대피 돕다 연기에 갇힌 경찰 투신 부상

10일 오전 경기 의정부소방서 송산119안전센터 진옥진 소방사(34)는 요란한 소화전 벨소리에 눈을 떴다. 마침 이날 비번이라 단잠을 자던 그는 단숨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진 소방사는 현관문을 열었다. 복도는 이미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찼다. 그의 집은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 8층이었다.

진 소방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가까운 이웃들을 찾았다. 계단으로 올라오는 연기가 심상찮았다. 그는 주민 10여 명을 이끌고 다급히 옥상으로 향했다. 빠르게 확산되는 연기를 헤치고 가까스로 옥상에 도착했지만 언제 불길이 치솟아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유일한 탈출구는 1m가량 떨어진 옆 동 옥상뿐이었다. 진 소방사가 먼저 옥상 난간을 넘어 건넜다. 이어 여성과 노인들이 그를 붙잡고 차례로 옮겨 갔다. 일부 주민은 다리가 후들거려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진 소방사는 남자들의 도움을 받아 겁먹은 주민들을 안심시키며 모두 대피시켰다. 또 건너온 주민들이 성급하게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달려가자 “밑에서 불길이 올라올 수 있다”며 진정시켰다.

잠시 후 구조대가 도착했고 그를 따라 대피한 주민 13명은 모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진 소방사 역시 다리를 다친 여성을 업고 1층까지 내려왔다.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마셔 치료 중인 진 소방사는 “나 역시 무서웠지만 꼭 해야 할 일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임용된 새내기 소방관으로 구급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의정부경찰서 신곡지구대 소속 이재정 순경(34)의 활약도 빛났다. 그는 불이 나자 건물 3층까지 들어가 주민들을 대피시키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연기에 갇혔다. 다급해진 이 순경은 창 밖으로 몸을 던졌고, 왼팔과 오른쪽 안구 뼈가 골절되면서 일시적인 실명 증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10기동대 임성규 순경(26)도 주민을 구하러 두 번이나 건물에 들어갔다가 정신을 잃기 직전 극적으로 구조됐다.

의정부=김재형 monami@donga.com / 박성민 기자
#소방관#구출#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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