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건강 리디자인]운동 저염식 금연 절주… 가족력 넘어서는 4가지 ‘특효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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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건강 가계도를 아십니까]5大 대표질환 예방 이렇게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더라.’

조선 정조 시대의 문장가 유한준이 남긴 이 말은 가족 건강론에 적용할 수 있다. 가족을 사랑할수록 가족의 건강과 병력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이때 건강관리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자와 만날 때마다 이 구절을 강조한다는 박병림 원광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건강 가계도를 그리는 것은 가족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가족력 질환은 생활습관병

동아일보는 대한노인병학회와 함께 건강 가계도를 활용해 가족 건강을 챙길 수 있는 5대 대표 질환을 선정했다. 바로 고혈압, 당뇨병,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고지혈증이다. 이 5대 질환은 모두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생긴다.

전문가들은 예방 가능성이 가장 큰 질환으로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을 꼽았다. 고혈압은 초기엔 당장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자각증상이 적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서히 진행되다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여러 가지 합병증이 동반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와 미국보건영양조사(NHANES)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고혈압 환자임을 인지하는 비율은 67.9%로 미국(80.7%)보다 떨어진다. 전체 고혈압 환자 중 정상 혈압을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43.6%로 미국(50.1%)보다 낮다.

김병욱 인제대 상계백병원 심장혈관센터 소장은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에 고혈압 환자가 있을 경우 일반인보다 발병률이 2배 이상 증가하지만, 자신의 혈압 수치를 제대로 인지하는 비율은 낮다”고 지적했다.

○ 운동, 저염식, 금연, 절주 4대 실천법

5대 가족력 질환은 운동, 저염식, 금연, 절주 등 4대 생활 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반드시 격렬한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연령별로 맞춤형 운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컨대 60세 이상 노인은 가벼운 걷기 운동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노르웨이 연구진이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노르웨이인 5만339명을 추적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1주일에 3시간 미만 걷기 운동만으로 전체 사망 위험을 25%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 가족력 질환인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24% 낮아졌다. 성창현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장은 “대부분 운동을 격렬하게 많이 해야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벼운 운동도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200mmHg를 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철에는 오전 10시∼오후 2시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혈압 환자가 3개월 이상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면 수축기 혈압은 5∼25mmHg, 이완기 혈압은 3∼15mmHg 낮출 수 있다.

○ 남성 대장암, 여성 유방암 가족력 주의

전문가들은 건강 가계도를 알면 남성은 대장암, 여성은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술과 담배, 회식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된 남성의 경우 대장암 가족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모 또는 조부모가 대장암을 겪었다면 대장내시경 검진을 40세부터 받을 필요가 있다. 특히 부모가 대장암에 걸리지 않았다 할지라도 일반 용종(물혹)이 아닌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종양성폴립(선종)을 제거한 적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유방암은 유전이 강하게 작용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7%에 불과하다. 유전성 유방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BRCA1, BRCA2 유전자 보유자도 미리 알고 대비하면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또 유방암을 일으키는 에스트로겐을 조절하는 콩을 섭취하면 좋다. 문병인 이대목동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은 “5세부터 청국장 등 콩 발효식품을 적당히 섭취하면 유방암 발병률을 절반가량 낮출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유방암은 유전병이라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신질환 ‘쉬쉬’ 하다 자녀까지 ‘뒤탈’ 위험 ▼

우울증-정신분열 등 부모영향 많아… 미리 대비해 발병가능성 낮춰야

“공황장애(특별한 이유 없이 나타나는 불안)도 자식에게 유전이 되나요?”

지난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두 달 동안 상담 치료를 받은 박성애(가명·37) 씨는 주치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신의 질환이 자녀에게 대물림 될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박 씨는 주치의의 설명을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 “후천적 노력으로 예방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부모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우울증, 정신분열(조현병), 조울증 등 정신 질환을 겪으면 자식도 비슷한 질환을 겪는 비율이 높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 실시한 전국 정신 질환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을 평생 1번 이상 겪는 사람은 6.7%에 이른다. 하지만 부모 또는 형제가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발병률은 약 2.8배로 높았다.

100명 중 1명 정도가 겪는 조현병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부모 중 한 명이 조현병일 경우 자식의 유병률은 12%, 부모가 모두 조현병일 경우 자식의 유병 가능성은 40%에 이른다. 기분 변화가 심한 조울증도 마찬가지다. 부모 가운데 한쪽이 조울증을 겪으면 자녀의 조울증 발생 가능성은 10∼25%. 부모가 모두 조울증이 있으면 자녀의 발병 위험은 30∼50%까지 상승한다. 부모가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사람의 유병률이 부모가 정상인 사람보다 3∼4배 높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예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중론이다. 부모 세대의 정신 질환 병력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대비하면 막을 수 있는 질환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해우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60세 이전에 발병하는 조기 치매는 상대적으로 유전적 영향을 더 받는 질환이다. 하지만 조울증,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은 충분히 후천적으로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 질환의 경우,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신체적 가족력 질환에 비해 건강 가계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부모의 정신과적 병력을 숨기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증상이 나타나도 “나는 아닐 거야”라고 묵혔다가 심각해진 후에야 병원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황재욱 순천향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료를 받지 않는 기간(DUP)을 줄여야 향후 치료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도움 주신분들>

김병욱 인제대 상계백병원 심장혈관센터 소장 김석연 서울의료원 내과 교수 노용균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문병인 이대목동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 박병림 원광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박영규 분당제생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종춘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백현욱 분당제생병원 소화기영양내과 교수 손영수 제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형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과 교수 윤종률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장학철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전민호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전용덕 국립중앙의료원 내과 교수 조영중 국립중앙의료원 내분비내과 교수 최윤호 삼성서울병원 내과 교수 한일우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장 황성희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황환식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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