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로 민주당’ 문패만 바꾼다고 국민지지 회복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신년 초부터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명(黨名) 교체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2·8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나선 박지원 의원이 혁신을 언급하면서 “당명부터 민주당으로 바꾸겠다”고 하자 경쟁자인 문재인 의원도 ‘새정치민주당(약칭 민주당)’을 들고나왔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공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새정치’에 저작권을 지닌 안 의원의 반대가 거세다. “당명에 새정치를 넣은 것은 낡은 정치를 바꾸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당명 때문에 우리 당이 집권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라는 그의 지적도 맞다. 이미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가진 원외정당이 존재하는 터라 같은 이름을 쓸 수 없다는 법적인 문제도 걸림돌이다.

새정치연합을 지칭할 때 아직도 ‘민주당’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꽤 많다. 정통 야당의 맥을 이어온 당명에 대한 향수 때문일 것이다. 지난 60년의 역사에서 민주당으로 불리지 않은 적은 새정치국민회의와 열린우리당 시절, 그리고 지금뿐이다. 다 합쳐도 10년이 안 된다. 386운동권과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득세로 지나치게 좌클릭 한 당의 이념적 좌표를 중도·개혁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바람에서 옛 이름을 선호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에서 한 번 바뀌는 동안 새정치연합은 무려 여덟 번이나 당명을 바꿨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큰 선거를 전후해 분당, 합당, 통합으로 당의 재정비를 꾀하다 보니 그렇게 됐지만 문패 갈아 치운다고 실익이 있었다면 계속 패했겠는가. 당명 교체 때마다 당의 정체성까지 오락가락하면서 국민에게 혼란과 불신만 심어줬을 뿐이다.

이름을 바꾸더라도 현재 모습으로는 새 지도부가 들어선들 수권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어렵다. 지금 새정치연합이 가장 고심해야 할 일은 정체성부터 정치행태까지 모든 것을 바꾼다는 각오로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념보다 실용, 편 가르기 아닌 통합의 정신을 중시한 정통 민주당으로 돌아간다면 환영할 국민도 적지 않을 듯하다.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당명 교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