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1개월 함께… 썰매가 맺어준 ‘형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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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 2인승 대표 원윤종-서영우
1년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올림픽 메달 꿈이 현실로 다가와
새해 첫날부터 유럽전훈 갑니다

원윤종(뒤)-서영우(앞) 두 사람의 체중을 합치면 212kg이다. 봅슬레이에 유리한 목표 체중에 도달하기 위해 태극마크를 단 뒤 하루 8끼를 먹으며 30kg 이상씩 살을 찌웠다. 꿈을 향한 이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고양=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원윤종(뒤)-서영우(앞) 두 사람의 체중을 합치면 212kg이다. 봅슬레이에 유리한 목표 체중에 도달하기 위해 태극마크를 단 뒤 하루 8끼를 먹으며 30kg 이상씩 살을 찌웠다. 꿈을 향한 이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고양=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새해에는 앞만 보고 달리는 일만 남았다. 희망가가 절로 나오는 썰매 지치기다.

봅슬레이 2인승 대표팀 원윤종(29)-서영우(23·이상 경기연맹)는 2014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올해에는 더욱 빠르게 달릴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그토록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2014∼2015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는 첫 톱10 진입에 성공한 데 이어 2차 대회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 5위를 기록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전까지 목표로 삼았던 5위 진입 목표를 일찌감치 달성했다. 낭보는 또 있었다. 국방부가 썰매 종목 선수들에게도 상무 입대의 기회를 열어줬다. 서영우는 내년 상무 입대가 가능해졌다.

모든 상황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훈련 강도를 더욱 높이며 매일 트랙을 연구하고 있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성결대 체육교육과)를 다녔지만 이들은 2010년 8월 대표선발전에 나설 때만 해도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1년에 11개월을 함께 생활했다. 서영우는 형이, 원윤종은 동생이 없는 탓에 더욱 친형제 같은 사이가 됐다. 원윤종은 “이제 그냥 가족 같다. 서로의 생각도 비슷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원윤종(앞)과 서영우. 동아일보DB
원윤종(앞)과 서영우. 동아일보DB
지난해 12월 28일 경기 고양의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서울에 사는 원윤종은 서영우의 집과 가까운 이곳을 인터뷰 장소로 선택했다. 서영우는 “항상 동생을 먼저 생각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서영우는 원윤종 앞에 앉아본 적이 없다. 뒤에서 썰매를 미는 브레이크맨 역할이기 때문에 항상 썰매 안에서는 원윤종의 뒤에 앉는다. 서영우는 “윤종 선배는 경기는 물론이고 인생에서 저를 잘 이끌어줬다. 저는 뒤에서 윤종 선배를 팍팍 밀어주고 싶다”며 웃었다.

사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겠다고는 1년 전까지만 해도 감히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이들은 썰매 강국 선수들을 넘어 메달을 따겠다는 꿈을 꾼다.

원윤종은 “정말 자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썰매 강국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3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금메달까지 넘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영우는 “예전에는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썰매 강국 선수들이 이제는 우리의 훈련을 눈여겨보고 몰래 비디오 촬영까지 한다”며 웃었다.

새해 첫날부터 이들은 꿈을 향해 다시 뛴다. 국제대회 출전과 훈련을 위해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앞만 보고 가는 봅슬레이 경기처럼 정말 앞으로도 앞만 보고 갈래요. 그럼 메달도 우리 앞에 있겠죠.”

고양=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봅슬레이#올림픽#유럽전훈#원윤종#서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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