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日 공연비자 신청…또 입국 거부할지 궁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8시 00분


가수 이승철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일본 입국을 거부당한 뒤 뜨거운 애국심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독도에서 탈북청년합창단과 부른 통일송 ‘그날에’라는 타이틀로 월드투어를 시작한다. 일본도 다시 찾는다. 앞서 이승철은 8월 독도, 미국 뉴욕 UN본부와 하버드대에서 가수로서,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이미 보여줬다.(맨 위부터) 사진제공|진앤원뮤직웍스
가수 이승철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일본 입국을 거부당한 뒤 뜨거운 애국심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독도에서 탈북청년합창단과 부른 통일송 ‘그날에’라는 타이틀로 월드투어를 시작한다. 일본도 다시 찾는다. 앞서 이승철은 8월 독도, 미국 뉴욕 UN본부와 하버드대에서 가수로서,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이미 보여줬다.(맨 위부터) 사진제공|진앤원뮤직웍스
30주년 사회환원프로젝트 ‘ON 캠페인’
독도·뉴욕 UN본부·하버드대학서 공연
‘월드투어’엔 일본 2개 도시도 일정 포함


가수 이승철은 정이 많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분명한 자기 철학과 고집은 ‘까칠함’으로 나타난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통해 ‘독설’이라는 소리를 듣는 그의 직설적인 심사 방식도 그런 면모를 잘 보여준다.

그런 그가 엄청난 일을 겪었다. 9일 지인을 만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려다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한 것이다. 이 사건은 그에게 가수 인생의 새로운 전기가 됐다.

2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이승철은 “내가 해야 할, 정말 중요한 일이 또 하나 생겼다. 대한민국 가수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승철은 자신이 8월14일 독도에서 탈북청년합창단과 통일송 ‘그날에’를 부른 것에 대한 일본 당국의 보복이라고 판단했다. 이승철도 즉각 블로그를 개설해 ‘그날에’ 음원을 무료로 배포했다. 현재까지 약 15만명이 블로그를 찾았고, 약 45만번의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카카오뮤직에선 나흘 만에 5만개의 응원댓글이 달렸다.

“‘그날에’는 이제 국민적인 노래가 됐다. 이 노래의 주인공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 투어에서 엔딩곡으로 불러 공연의 격도 달라진 느낌이다. 앞으로 김장훈 형과 만나 독도 홍보에 관한 연구도 하고 여러 일에 참여도 많이 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승철은 일본 측이 자신의 과거 대마초 사건을 입국 거부의 구실로 삼자 “사유를 명확하게 담아 문서로 달라”고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이전까지 15회나 일본을 왕래했던 이승철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이 독도 관련)‘연예인들을 지켜보고 있구나’란 생각이 딱 들더라. ‘블랙리스트’란 단어가 안 어울릴 수도 있겠지만, 뭔가 (명단)파일 같은 건 존재한다고 본다. 당시 입국카드 직업란에 ‘가수’가 아니라 ‘CEO’로 기재했는데도 이름을 보고 출입국 사무실로 데려갔다.”

이승철은 당시 일본 측에 “나는 그렇다 쳐도, 아내의 입국까지 왜 거부하느냐.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을 무시한 처사이고, 무례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다. 그동안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을 것이다. 문화교류를 생각해 쉬쉬하고 넘어갔겠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불쾌한 일이지만 이를 공론화하면서 독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정부가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을 재추진하는 등 여러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 측은 내가 대마초 사건 때문에 입국을 거부당했다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생각해 외부에 알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당했지만, 독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리게 돼 흡족하다.”

탈북청년합창단과 ‘그날에’를 함께 한 것은 이승철이 내년 데뷔 30주년을 앞두고 사회환원프로젝트로 기획한 ‘ON 캠페인’의 일환이다. 8월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그날에’와 ‘아리랑’을 불렀고, 탈북청년합창단과 미국 하버드대학에서도 공연했다. 이런 과정은 KBS 1TV가 내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1월7·8일 2부작 특집프로그램으로 방송한다. 이승철은 “북한 모란봉합창단과 ‘그날에’를 함께 불러보고 싶다”고 했다. 또 내달 3일 홍콩에서 열리는 엠넷 아시안뮤직어워즈(MAMA)에서 홍콩 어린이 합창단과 ‘그날에’를 부를 예정이다. 아울러 여러 선후배 가수들과 신해철 추모 공연도 논의하고 있다.

10월25일 전주를 시작으로 전국투어 ‘울트라캡쏭’을 시작한 이승철은 내년 데뷔 30주년을 맞아 ‘그날에’란 이름으로 월드투어를 벌인다. 여기엔 미국 2개 도시와 중국 4개 도시, 그리고 도쿄와 오사카, 일본 2개 도시도 일정에 포함돼 있다.

“조만간 일본에 정식으로 (공연)비자 신청을 할 계획이다. 또 입국이 거부될지, 이번엔 받아들여질지 나도 궁금하다.”

이승철다운 도발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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