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섬유성 근통, 통증 강제로 누르기보다 관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안강 원장 칼럼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목과 등이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는가. 처음에는 짓누르는 듯이 아프다가 나중에는 몸이 화끈거리면서 상체 부위가 덥기도 하고, 그러다 결국 몸이 쪼개질 듯한 고통에 이르면 누구라도 참기 힘들어진다. 상처 난 곳을 바늘로 찌르는 듯하고, 멍든 곳을 몽둥이로 때리는 듯한 고통. 이런 통증이 매일 계속된다면 사는 것 자체가 고역일 것이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하면 누구나 헌신적인 간호사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나이팅게일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아픈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나이팅게일은 목과 등, 허리 통증으로 평생에 걸쳐 고생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 불안증, 만성적인 소화 장애 등 여러 가지 증상을 갖고 있었다.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힘들었을 법한 인생이다.

5월 12일은 국제 섬유성 근통의 날이다. 이날은 나이팅게일의 생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활발한 삶을 살았는지, 혹시 참기 힘든 아픔을 잊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던 것은 아닌지, 온몸을 던져 봉사한 나이팅게일의 생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종의 기원’을 쓴 생물학자 찰스 다윈 역시 나이팅게일과 같은 섬유성 근통 환자였다. 그는 섬유성 근통 외에도 스트레스성 발작을 일으키거나 피를 토하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이런 고통 때문에 다윈 역시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사람이다. 아마도 ‘종의 기원’은 그가 죽음을 겁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저술이었는지도 모른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고통 속에서 자연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극심한 통증이 만성적으로 발생하면 활동을 줄인다. 하지만 통증이 급성이라면 활동을 줄이는 것이 맞겠지만 만성 통증인 경우에는 활동을 더 늘려야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몸의 반이 아프다든지, 상체가 아프다든지, 전신이 만성적으로 아픈 형태의 병이 섬유성 근통이다. 이 병으로 진단되면 일반적인 처방이 활동을 눌러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는 약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몸과 마음은 좀 더 편할 수 있지만 활동능력은 당연히 떨어진다. 다윈이나 나이팅게일이 과도한 약에 노출되었더라면 이들의 위대한 업적은 없었을 수도 있다.

섬유성 근통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섬유성 근통은 인간의 직립이 가능해지면서 직립에 필요한 부위의 통증센서가 뇌와 더 조밀하게 연결된 결과로 보인다.

우선은 이런 증상을 강제로 누르기보다는 아픈 것을 잘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일 것이다. 통증은 문제가 있다고 알리는 신호이다. 분명한 이유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증상을 강제로 완화시키기 위해 쓰는 약물이나, 염증이란 재생단계를 없애는 약물 혹은 수술과 같은 방법은 꼭 필요할 경우에만 사용돼야 한다.

안강병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