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10만 명당 20명꼴… 힘 빠져 계단 어렵다면 의심해 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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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병 클리닉]김대성·신진홍·김수연 양산부산대병원 교수

양산부산대병원은 희귀병인 근육병 환자들만을 위한 클리닉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김대성 양산부산대병원 신경과 교수(가운데)가 클리닉 의료진과 환자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양산부산대병원은 희귀병인 근육병 환자들만을 위한 클리닉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김대성 양산부산대병원 신경과 교수(가운데)가 클리닉 의료진과 환자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근육에도 병이 생길 수 있다. 근육병은 운동신경 세포에 이상이 생겨 근육에 힘이 빠지는 2차적 증상이 아닌, 근육 세포를 구성하는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는 등 근육 자체가 문제 되는 질환이다. 사실 근육병은 걸릴 확률이 10만 명당 20명꼴 정도로 희귀병이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팔 다리에 힘이 빠져 계단을 오르내리기 버겁거나 숨이 찬다면 근육병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방치하면 평생 못 걸을 수 있어

증상은 루게릭병, 중증근무력증 등과 비슷하다. 그래서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김대성 양산부산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병원 내 근육병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 중 대부분은 다른 병원을 두세 군데 들렀다가 뒤늦게 근육병을 의심해 찾아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근육병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방치했다간 평생 침대에 누워 생활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후가 안좋은 근육병인 듀센형 근이영양증에 걸리면 주로 3세 정도부터 뒤뚱거리기 시작해 이후 10∼12세 즈음엔 휠체어를 타야 움직일 수 있다. 얼굴이나 어깨 근육 등에 문제가 생기는 근육병인 안면 견갑상완 근이영양증에 걸려도 50∼60대 이후 못 걷게 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산부산대병원에서는 풍부한 임상실험 및 근육 조직검사(생검) 경험을 바탕으로 근육병 환자들을 위한 체계적인 진료를 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환자 병력 및 환자 가족 병력, 근육 효소 수치 파악을 위한 혈액검사, 근전도 검사 등을 거치며 진단이 힘든 경우 생검을 한다”며 “필요시엔 소아과, 순환기 내과, 호흡기 내과, 정형외과와도 협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기 진단, 치료와 완화에 도움

근육병은 희귀병이지만 난치병까지는 아니다. 후천성 근육병은 원인을 제거해주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약물이 원인인 경우엔 해당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된다. 고지혈증 환자들이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데 주로 사용하는 스타틴제제, 면역억제제인 마이크로페놀레이트, 항바이러스제 등은 근육병을 유발할 수 있는 약들이다. 김 교수는 “근육은 의외로 회복률이 높은 조직”이라며 “해당 약물들이 근육병의 원인이었다면 복용을 중단한 뒤 다른 종류의 약으로 대체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생기는 선천성 근육병은 완치되긴 힘들다. 하지만 치료를 포기하면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신진홍 양산부산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듀센형 근이영양증에는 보행 기간을 연장시키고 근육 이완이 심해지는 걸 늦추는 등의 목적으로 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며 폼페병 같은 효소결핍 질환에는 효소를 직접 혈관주사로 넣어주는 효소대체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치료제를 투약한다고 해서 반짝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근육이 더 나빠지지 않고 천천히 좋아지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근육병 환자들은 약물 치료 외에도 호흡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김수연 양산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근육은 사지를 움직이는 것 외에도 호흡, 삼킴 등의 작용에 모두 관여한다”며 “근육병으로 인해 삼킴 장애, 호흡 장애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호흡 재활은 필수”라고 말했다.

근육병 클리닉에서는 횡경막 등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들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호흡법을 가르치고 있다. 또 인공호흡기 등 기타 호흡 보조기구를 사용해 근육을 쉴 수 있도록 돕는다. 자가호흡을 유도해 근육에 힘이 생겨 좀 더 수월하게 호흡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김수연 교수는 “근육병 환자들은 호흡이 약해 감기나 폐렴이 왔을 때 기침을 해서 가래를 뱉어내지 못한다”며 “이런 경우 폐렴 등이 더 심해질 수 있어 재활 의료진들이 가래를 잘 배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필요

근육병은 워낙 드문 질환이라 환자를 볼 기회가 적다. 일반 병원들이 근육병 클리닉을 따로 두고 있지 않은 이유다. 양산부산대병원만 해도 한 번이라도 내원해 진찰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를 기준으로 추산했을 때 1년에 근육병 클리닉을 찾는 환자 수는 150∼200명 정도다.

양산부산대병원은 근육병을 널리 알리려는 취지에서 전문 의료진이 의기투합해 근육병 클리닉을 설립했다. 경남권뿐 아니라 경기 북부, 전라도 등 전국에서 많은 환자들이 오고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근육병 환자들만을 위한 전문 클리닉을 키워나갈 것을 지향하고 있다”며 “근육병과 같은 희귀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국가에서 많이 지원해주고, 또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산=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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