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의 장미’ 밑줄치며 읽었더니… 비운의 왕비 빙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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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앙투아네트’ 주연 옥주현

욕심이 많은 배우 옥주현은 매일 목 관리를 위해 2∼3L씩 물을 마시고 공연 전에는 필라테스나 발레수업을 받아 몸을 깨운다. 그는 “분장도 직접하고, 뭐든 스스로 챙겨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욕심이 많은 배우 옥주현은 매일 목 관리를 위해 2∼3L씩 물을 마시고 공연 전에는 필라테스나 발레수업을 받아 몸을 깨운다. 그는 “분장도 직접하고, 뭐든 스스로 챙겨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옥주현(34).

이젠 가수보다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지난 9년간 뮤지컬이란 한 우물만 파며 내공을 키웠고, 어느덧 관객에게도 믿을 수 있는 배우로 통하게 됐다.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캐스팅 1순위 여배우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은 여배우로는 드물게 ‘원 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성 관객이 많아 ‘뮤지컬은 남자 배우를 내세워야 성공한다’는 게 불문율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깨고 ‘시카고’ ‘아이다’ ‘위키드’ ‘엘리자벳’ 등 여주인공 비중이 큰 작품을 모두 흥행에 성공시켰다.

14일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작품에 욕심 많기로 소문난 여배우를 만났다. 그는 만나자마자 “요즘 제 삶은 마리 앙투아네트에 오롯이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웃었다.

옥주현 본인이 기획한 순백의 마리 앙투아네트 포스터.
옥주현 본인이 기획한 순백의 마리 앙투아네트 포스터.
앙투아네트는 14세에 왕비가 돼 사치스러운 삶을 살다 프랑스 혁명이 발생하자 단두대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공연 전부터 그는 앙투아네트의 삶을 담은 소설 ‘베르사유의 장미’를 숱하게 읽었고 지금도 다시 읽고 있다고 했다. 뮤지컬 장면과 연결이 되는 부분은 다채로운 색깔의 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수험생처럼 책을 품고 산다.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책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글을 통해 얻는 상상력이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줘요.”

그는 작품이 결정되면 실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무대 분장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한다.

“천천히 제 손으로 분장하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무대 위 캐릭터로 ‘빙의’되는 느낌을 받아요. 앙투아네트 메이크업과 포스터 콘셉트도 제 아이디어예요. 호호.”

포스터 촬영 전 그는 앙투아네트를 대표하는 색으로 흰색과 주황색을 꼽았다. “앙투아네트는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남편과 아들, 재산, 명성 모든 걸 빼앗기는 인물이죠. 화려한 색깔을 점점 잃어가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는 앙투아네트를 흰색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실제 프로그램 북 등에 실린 앙투아네트의 모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백에 가깝다. 메이크업 포인트는 ‘주황색’ 아이섀도다. “색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슬픔을 표현하는 포인트 컬러를 두고 싶었어요.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느낌을 만들기엔 주황색이 제격이죠.”

하지만 이 작품은 1일 무대에 오른 뒤 스토리와 연출에서 혹평을 받았다. 그의 반응은 어떨까. 그는 “작품이 올라가면 혹 연기에 영향을 받게 될까 봐 공연 리뷰나 후기, 댓글을 전혀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사 내용이 뭐였냐’고 되물었다.

“리뷰에서 지적한 부분은 사실 제작진, 연출, 배우, 관객 등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을 거예요. 이사 가기 전, 인테리어 구상과 준비를 완벽하게 했지만 막상 지나친 부분도 있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그림이 나올 때도 있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한 거 같아요. 그래서 초연이 어렵죠.”

어쩌면 그에게 혹평은 ‘익숙한 상처’와도 같다. 걸그룹 ‘핑클’ 시절, 다른 멤버들에 비해 유독 그에겐 안티팬이 많았고, 2005년 뮤지컬 아이다로 데뷔했을 때에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를 이겨낸 그의 비결은 단순했다. “세상의 편견이 강해질수록 더 혹독하게 단련하고, 실력을 키워야죠.”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옥주현#앙투아네트#베르사유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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