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거미의 ‘거미줄 배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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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점 사령탑 흥국생명 박미희
끈끈한 조직력으로 철벽수비 조련… 바닥 헤매던 팀 1라운드 선두 올려놔
“소통하고 다독여주니 달라지네요”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돌풍이 거세다. 2005∼2006시즌부터 4시즌 동안 3차례나 정상에 올랐던 흥국생명이지만 최근 3시즌 동안은 ‘동네북’이었다. 6개 팀 중 5위, 5위, 6위에 그쳤다. 물러설 곳이 없는 흥국생명이 꺼낸 카드가 박미희 감독(51·사진)이다. 국내 프로 종목을 통틀어 3번째이자 현역 유일의 여성 사령탑이다.

박 감독에 앞서 2명의 여성 지도자가 프로 팀을 맡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여성 프로 감독 1호’였던 배구 GS칼텍스의 조혜정 감독과 농구 KDB생명의 이옥자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계약 기간도 채우지 못했다. 조 전 감독은 “나는 ‘공공의 적’이었다. 남자 감독들이 여자인 내게는 절대 질 수 없다고 생각한 듯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수 시절 ‘코트의 여우’로 불린 박 감독은 다를까. 출발은 기대 이상이다. 2010∼2011 시즌 활약했던 조 감독 이후 4년 만의 프로배구 여성 사령탑인 박 감독은 지난달 19일 GS칼텍스와의 정규시즌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데 이어 4승 1패로 1라운드를 선두로 마쳐 배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올 시즌 흥국생명의 전력이 보강되긴 했다. 현대건설에서 뛰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센터 김수지(186cm)를 영입하면서 약점이었던 높이를 해결했다. 지난 시즌 꼴찌였던 덕분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레프트 이재영을 데려올 수 있었던 것도 팀에 경쟁심과 활기를 불어넣었다. 여기에 감독이 바뀌면서 팀 컬러가 확 달라진 게 성적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구단 안팎의 평가다.

박 감독이 강조했던 조직력을 앞세운 ‘거미줄 배구’는 이미 팀에 녹아든 듯 보인다. 2012∼2013시즌만 해도 최하위였던 팀 리시브는 16일 현재 1위다. 팀 수비도 1위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처음에는 박 감독이 지도자 경험이 없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해설위원을 오래한 덕분에 분석력이 뛰어나고 선수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잘해 주고 있다. 아시아경기대회 선수 파견 등으로 다른 팀들이 아직 준비가 안 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선수들이 배구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목표의식을 가지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여성 감독’으로 주목받다 보니 부담이 있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흥국생명#박미희#프로배구 여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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