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퍼 美 국가정보국장, WSJ에 ‘방북 뒷이야기’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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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나를 대통령특사로 인정안해… 획기적 돌파구 기대했다가 실망”

8일 북한에 억류됐던 케네스 배, 매슈 토드 밀러 씨를 데리고 나온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사진)은 15일 “북한 측은 나를 (미국) 대통령 특사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클래퍼 국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북측은 내 방문을 계기로 북-미 관계의 돌파구를 기대했지만 그게 방북 목적이 아닌 것을 알자 실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클래퍼 국장이 밝힌 방북 과정에 따르면 북측이 미 정부에 배 씨 등의 석방 문제를 논의할 대표단 방북을 요청한 것은 이달 1, 2일경이었다. 그는 “북측은 ‘고위급 특사’ 파견과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주요 국제회의 전에 석방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4일 오전 2시경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C-40 전용기를 타고 북한으로 출발한 클래퍼 국장은 기체 고장으로 하루 반을 보낸 뒤 7일 오후 7시경에야 평양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영접을 나왔고 차에 타자마자 토론이 시작됐다. 클래퍼 국장은 “북측은 국가 인정이나 평화협정 같은 것을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내 임무가 아니었다. 평양 시내 영빈관으로 향하는 45분은 무척 길었다”고 말했다.

방북단 일행은 평양 음식점에서 김영철 정찰총국장과 해산물, 닭고기, 김치 등 12개 코스 요리로 3시간가량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등 서로 도발행위로 여기는 사안을 놓고 토론했다. 클래퍼 국장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전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그는 “이 친서에 북한 정부에 사과한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클래퍼 국장은 다음 날인 8일 오전까지 억류자 석방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다. 이날 정오경 한 북한 관리가 갑자기 클래퍼 국장을 찾아와 “단지 두 명의 억류자를 데리러 왔기 때문에 당신을 더이상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간주하지 않는다. 당신의 신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3시간 뒤 또 다른 관리가 와서 “20분을 줄 테니 짐을 싸라”고 했고 이후 평양시내 고려호텔로 데려갔다. 방에 들어서자 억류자 2명이 있었다. 김 부장은 이들의 석방을 승인한다는 김 비서의 편지를 읽었고 클래퍼 국장에게 “나중에는 억류자 사안이 아닌 다른 현안으로 대화를 나누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클래퍼 국장은 배 씨 등을 데리고 공항으로 가는 도중 젊은 북한 관리들과 40여 분간 대화를 나눴으며 이들에게서 ‘희망의 여지’를 봤다고 했다. 그는 “김 비서가 이런 젊은 사람들과는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클래퍼 국장의 방북에는 앨리스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보좌관이 동행했다고 워싱턴 소식통이 15일 밝혔다. 북한이 CNN을 통해 공개한 사진 9장 중에는 클래퍼 국장이 검은 테 안경을 쓴 여성 등과 함께 7일 평양 영빈관 회의실에서 북한 인사들과 마주보고 서 있는 사진이 포함됐다. 후커 보좌관은 지난 10여 년간 북한 정보 분석을 담당한 전문가로 한국어를 어느 정도 알아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제임스 클래퍼#미국 국가정보국장#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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