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삼척 중학생 자살사건, 교사의 체벌수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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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서 수차례 흡연 적발돼… 오리걸음 -달리기 등 시켜
“교사가 왜 체벌했나” 지적에 “선도위 징계는 더 가혹” 반론도

9월 강원 삼척시에서 발생한 중학 3학년생 A 군(15)의 자살 사건을 놓고 강원 교육계가 시끄럽다. A 군이 훈육을 담당했던 교사 B 씨(49)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뒤 자살함으로써 B 씨가 ‘아동복지법 위반 및 폭행’ 혐의로 입건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교육계에서는 교육적 훈육의 한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삼척경찰서는 11일 B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구속까지 해야 할 사안인가’라는 교육계의 우려 속에 영장실질심사 결과 구속영장 신청은 기각됐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영장 기각 사유로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는 데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점이 인정된다’는 점을 들었다.

A 군은 9월 12일 오전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 숨졌다. A 군은 ‘학교 다니기가 힘들다. 선생님이 심하게 괴롭히는 것처럼 벌주고 욕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경찰 조사 결과 A 군은 지난해 7월 전학을 온 뒤 빈 교실 등 학교 내에서 담배를 피우다 수차례 적발됐고 B 씨는 훈육 차원에서 오리걸음과 운동장 뛰기, 엎드려뻗치기 등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를 가혹행위로 판단한 것. 경찰은 “학생이 교칙을 위반했을 경우 선도위원회를 열어 학생을 징계해야 하는데도 이를 거치지 않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가혹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관련법으로 적용한 아동복지법 제17조에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교육계는 “지나친 체벌은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B 씨에 대한 조치는 학생지도 활동을 위축시키고 나아가 학생 지도를 기피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학사 이모 씨(46)는 “교칙을 위반할 때마다 선도위원회를 열어 학생을 징계하면 오히려 학생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초등 교사 이모 씨(47)는 “학생이 자살까지 한 점은 안타깝지만 교사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해야 했는지는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원도내 시민·사회·여성 단체들은 책임자의 엄중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로 구성된 ‘A 군 사망 진상 규명 및 교사 체벌 금지 대책위원회’는 9월 22일 강원도교육청에서 유가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A 군이 교사의 지속적인 가혹 행위로 고통을 받아오다 숨졌다”며 유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교사 체벌과 가혹행위 금지, 학생인권보호 조례 제정 등을 요구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감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사법 처벌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직위해제 등 징계 수위를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과도한 훈육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본다”며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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