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은 ‘닥공’? 올 시즌엔 ‘닥수’…자유자재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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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전북이 닥공(닥치고 공격)의 팀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올 시즌에 저는 정말 골대에만 서 있었던 것 같아요. 모든 선수들이 수비를 해주느라 힘이 들지 않았어요."
2014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전북의 주전 골키퍼 권순태는 12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우승 기념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달라진 팀의 수비력에 감탄을 표시했다.

전북은 최강희(55) 감독 부임 후 공격적인 경기를 펼쳐 '닥공'의 팀으로 불린다. 올 시즌에는 강력한 수비력을 덧칠했다. 12일 현재 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놓고 35경기에서 57골을 넣고 20골만 허용했다. 최다 득점 1위에 최소 실점 1위다.

최 감독은 공격적인 이미지가 강한 전북을 수비도 잘하는 팀으로 완벽하게 변신시켰다. 전북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38경기에서 49골을 허용했다. 최소 실점 리그 10위였다. 급격하게 무너지는 수비 조직력 때문에 정규리그 3위로 쳐지며 우승을 놓친 최 감독은 시즌 전 브라질 전지훈련 기간 내내 공수 균형 유지에 매달렸다. 한교원, 레오나르도 등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들도 공격 앞 선에서 무조건 수비 가담을 시켰다.

최 감독은 그동안 잊고 있던 자신의 수비 본능을 꺼내들었다. 최 감독은 "수비력을 보강해 실점이 적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조직력을 한층 더 끌어 올릴 수 있었다"고 흡족해했다. 사실 최 감독은 프로에서 10년 통산 205경기를 소화한 출중한 수비수, 미드필더 출신이다. 현역 시절 '부지런한 수비수', '지구력의 대명사'라고 불렸을 만큼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발군의 수비력을 과시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29살의 나이에 생애 첫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최 감독을 두고 당시 감독인 김정남 현 OB축구회 회장이 "수비 감각 하나 보고 뽑았다"고 말할 정도로 수비에서는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었다.

김 회장은 올림픽 직전 미드필드가 약한 대표팀 전력 보강 차원에서 최 감독에게 당시 '프론트코렉터(Front Corrector)'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이른바 '전방 정리자'로 다른 미드필더들이 공격에 나갈 때 비는 공간을 메우는 역할이었다. 수비 감각이 뛰어나지 않으면 맡길 수 없는 자리였다.

최 감독의 현역 시절 역할은 '진공청소기' 전북의 미드필더 김남일과 유사하다. 지난해 무너진 수비 조직력때문에 고민한 최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김남일을 영입했다. 본인의 경험에 비춰 공수 조율 능력과 수비수를 이끄는 리더십이 뛰어난 김남일이 팀에 절실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노장인 김남일을 너무 늦게 만난 것 같다"며 "앞으로 은퇴 얘기가 나오면 내가 업어서라도 훈련장으로 끌고 나가겠다"고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 수비 축구에도 재미를 붙인 최 감독은 "내년 시즌에는 정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동반 우승을 노려야하기 때문에 올해보다 수비의 집중력을 더 끌어 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주=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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