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된 도둑’ 항소심 공판…검찰-변호인 공방 내용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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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춘천지법 제1형사부(최성길 부장판사)는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 김모 씨(55)를 때려 식물인간 상태에 빠뜨린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최모 씨(20·무직)의 항소심 2차 공판을 열었다. 이 사건은 '정당방위' 논란을 불러일으켜 경찰이 그 판단요건을 완화하기로 하고 관련 법개정이 추진되는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날 재판에서 최 씨의 변호인은 집에 침입한 도둑을 제압하기 위해 불가피한 폭행을 행사해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점으로 미뤄 정당방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당초의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피해자 김 씨가 평소 앓고 있던 간질이 의식불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김 씨의 응급수술을 집도했던 의사 및 간질을 치료했던 의사에게 확인한 결과 간질 때문에 외상성경막하출혈(뇌출혈)이 일어난 사례는 현재까지 발견된 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호인은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밝힐 필요가 있다. 간질과 뇌출혈, 식물인간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 내역을 신청하고 피해자의 병력 사항을 증거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6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문에 의하면 피해자가 원래부터 중증 뇌질환 환자"라고 주장해 최 씨의 폭행이 의식불명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또 검찰이 흉기로 봤던 빨래건조대와 관련해 "공소장에는 주요 증거물인 빨래건조대의 크기와 재질 등 구체적 정보가 나와 있지 않다"며 "빨래건조대를 위험한 물건으로 규정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3월 8일 오전 3시 15분경 강원 원주시 남원로의 한 개인주택에서 발생했다. 술을 마신 뒤 귀가한 최 씨는 방에서 나오던 김 씨를 발견하고 김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넘어뜨렸다. 이어 도망가려는 김 씨의 머리를 발로 차고, 빨래건조대로 가격했으며 자신의 허리띠를 풀어 때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김 씨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 씨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최 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집단·흉기 등 상해)'로 기소했고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8월 최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저항 없이 도망가려던 피해자를 장시간 심하게 때려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 결심공판은 다음달 17일 오후 3시 20분 열릴 예정이다.

춘천=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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