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기러기처럼 무리지어 날자” FTAAP 동참 촉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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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APEC/회담 이모저모]
정상회의 축사서 8번 “互聯互通”… 美 TPP의식 ‘1000만 달러 출연’도
개막축하공연 올림픽개막식 방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1일 “한 마리 기러기는 무리지어 날기 어렵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경제협력을 위해 결속할 것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 외곽 옌치후(雁栖湖)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축사에서 ‘일화불시춘 고안난성행(一花不是春 孤雁難成行·한 송이 꽃이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며 기러기 한 마리는 무리를 이루기 어렵다)’이라는 명청시대의 아동계몽서 ‘고금현문(古今賢文)’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시 주석은 “APEC 21개 회원국은 21마리의 기러기와 같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는 이날 폐막했다.

이어 시 주석은 “풍번백랑화천편 안점청천자일행(風飜白浪花千片 雁點靑天字一行·바람이 하얀 물결을 천 조각으로 부수고 푸른 하늘에는 기러기가 줄지어 날아간다)”이라는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시까지 인용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도전을 맞고 있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등 지역경제 일체화를 통해 보다 장기적 발전에 유리한 국면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축사에서 회원국 간 상호 연결과 소통을 뜻하는 ‘호련호통(互聯互通)’ 넉 자를 여덟 차례나 사용했다.

시 주석은 “경제 통합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 구축에 힘을 모으자”며 이를 위해 중국이 1000만 달러를 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의 FTAAP 강조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0일 저녁 베이징 올림픽 수영장인 ‘수이리팡(水立方)’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과 축하공연은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위상을 알리기 위한 행사였다.

이날 공연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총연출했고 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새둥지) 등을 활용해 펼쳐졌다. 공연장을 ‘당나라풍(唐風)’으로 꾸민 것은 올림픽 개막 공연이 ‘성당(盛唐)시대의 영광을 되살리자’였던 것과 비슷했다. 행사는 노자(老子)의 한 구절인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를 살리기 위해 ‘물’이 핵심 키워드였다. 주제도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나아가자(上善若水 同舟共濟)’였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행사 마지막 순서인 발광다이오드(LED) 공연 및 불꽃놀이를 지켜보기 위해 정상들이 기다리는 시간에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어깨에 담요를 둘러주는 장면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가 됐다.

펑 여사는 다소 민망한 듯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어쩔 줄 몰라 하다 웃으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펑 여사는 곧바로 담요를 수행원에게 주고 자신의 외투를 입었다. 홍콩 다궁(大公)보는 “푸틴 대통령이 신사의 풍모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하지만 CNN은 “이 장면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하자 중국 당국이 갑자기 삭제했다”며 언론 검열 의혹을 제기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APEC 정상회의#시진핑#FTA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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