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 첫 흑인 女법무장관 지명… 巨野와 힘겨루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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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법-건보개혁 ‘마이웨이’ 천명… 공화선 “새 의회 구성후 인준” 태클
린치, 오바마의 하버드 로스쿨 선배… 흑인 편견과 싸워온 입지전적 인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 최근 사의를 표명한 에릭 홀더 법무장관 후임으로 로레타 린치 뉴욕 동부지구 연방검사장(55·사진)을 지명했다. 린치 후보자가 상원 인준을 거쳐 장관으로 임명되면 미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법무장관이 된다. 여성 법무장관은 1993∼2001년 재임한 재닛 리노 전 장관 이후 두 번째가 된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법무부를 이끌었던 홀더 장관은 미국의 첫 흑인 법무장관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하버드대 법학대학원 선배인 린치 후보자는 흑인이라는 편견에 맞서 싸우며 여러 굵직한 사건들을 강단 있게 처리해 온 비정파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나고 자란 린치 후보자는 흑인이 적은 초등학교에 다녔고 시험 점수가 잘 나왔을 때 학교 측으로부터 재시험을 지시받는 등 인종 차별을 겪은 적이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하버드대 법학대학원 졸업 뒤 검사 일을 시작하고서는 법정에서 속기사로 오해받기도 했다.

린치 후보자는 1997년 아이티 이민자 출신 흑인 애브너 루이마의 성고문 사건을 맡으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뉴욕 경찰관 저스틴 볼프가 루이마가 자신에게 주먹질한 것으로 오해해 그의 항문에 빗자루 손잡이를 넣고 구타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린치 후보자는 흑인 폭동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자 “인종에 따른 국민투표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며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고 볼프는 법정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선거 참패 뒤 첫 장관급 인사로 흑인 여성인 린치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이민법 개혁, 건강보험 개혁 등 핵심 ‘오바마 이슈’만큼은 자신의 의지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견 뒤 패트릭 레이히 상원 법사위원장(민주·버몬트)에게 “(린치 후보자에)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오신 걸 감사한다”고 말해 공화당 주도의 새 의회가 구성되기 전 인준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공화당이 상원 상임위를 차지하는) 내년에 인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혀 린치 후보자가 인준을 통과하려면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사임한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 후임에 토니 블링컨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명했다. 역시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는 블링컨 후보자는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 조 바이든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지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미국#흑인 여성 법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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