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지나니 빼빼로… 힘든 엄마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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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 마케팅에 어린이집 부모들 골치

“우리 애만 준비 안 한 셈이 될까 봐…선물해서 나쁠 거 없죠.”

지난 주말 내내 민수현 씨(32·여)는 ‘친구야 맛있게 먹어’란 글귀 스티커가 붙은 비닐에 과자들을 넣고 리본으로 묶는 작업을 했다. 각종 수입과자 값과 포장지, 선생님께 따로 보낼 막대모양 과자, 마카롱까지 준비하는 데 9만 원 정도 들었다. 이른바 ‘빼빼로데이’(11월 11일)를 앞두고 지난달 어린이집 핼러윈데이 파티에서 사탕을 받아온 딸(4)이 “나도 선물하고 싶다”고 말한 게 마음에 걸려서 선물 준비에 나섰다.

민 씨처럼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빼빼로데이’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막대모양 과자를 친구·연인들끼리 나눠먹던 기념일이 이제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선생님도 챙겨야 하는 행사로 확대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어린이집’을 검색하면 ‘빼빼로데이 선물’이 연관 검색어로 뜨고, 엄마들이 많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엔 ‘어린이집 빼빼로데이 선물해야 할까요’란 질문이 여럿 올라왔다. 질문 아래엔 ‘선생님들이 좋아할 것’ ‘아이들 먹기 좋은 과자로 하라’는 답들이 달린다. 간혹 ‘상술이니 휘말리지 말자’는 댓글이 있지만 소수에 그친다.

직접 과자를 굽거나 포장할 자신이 없는 회사원 이모 씨(34·여)는 5일 인터넷을 통해 수제 과자를 주문했다. 곰돌이 모양 과자와 막대모양 과자를 5개 모아 개별 포장한 세트 20개를 주문했다. 5세 아들과 반 친구들을 위해서다. 선생님을 위해선 ‘감사합니다’란 글귀를 새긴 초콜릿 세트를 따로 주문했다. 이 씨는 “장난꾸러기 아들을 잘 돌봐주는 선생님께는 감사의 의미로, 아들 친구들에겐 친하게 지내라는 의미로 과자를 주문했다”면서도 “기념일마다 선물을 마련해야 하는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빼빼로데이를 그냥 넘길 생각인 학부모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5세 딸을 둔 박지영 씨(32·여)는 “스승의 날도 아닌데 꼭 챙겨야 할까 싶었다”면서도 “남편과 의논 끝에 올해는 그냥 두고 보고 다들 챙기는 분위기면 내년부터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핼러윈#빼빼로#빼빼로데이#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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