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먹이’ 오재영 vs ‘친정에 벌벌’ 장원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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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 대결


프로야구 넥센 팬 A 씨는 2010년 5월 16일 목동 경기를 잊지 못한다. A 씨가 가장 좋아하던 투수 장원삼(31)이 삼성 유니폼을 입고 넥센을 상대로 처음 등판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장원삼은 이날 3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는 동안 6실점 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A 씨는 7일 열리는 한국시리즈 3차전도 아마 잊지 못할 것이다. 목동에서 열리는 사상 첫 번째 한국시리즈 경기에도 장원삼이 상대 선발로 나서기 때문이다. 넥센에서는 오재영(29) 카드를 꺼내 들며 ‘토종 왼손 투수 맞대결’을 완성했다.

○ 친정팀만 만나면…

장원삼에게 넥센은 악연에 가깝다. 장원삼은 삼성에서 뛴 5년 동안 넥센을 상대로 총 16경기에 등판해 7승 7패(승률 0.500),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했다. 다른 팀을 상대로는 55승 27패(승률 0.671), 3.91이었다. 장원삼은 2012년 7월 27일 이후 올해 4월 27일까지 639일 동안 넥센을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기도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51)은 “처음에는 (장)원삼이가 유독 넥센에 부진해 친정팀이라고 봐주는 것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라며 “그래도 올 시즌에는 괜찮았다”고 3차전 선발 낙점 이유를 설명했다. 장원삼은 올 시즌 넥센을 상대로 2승 1패에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 삼성 만나면 더…

현대서 한솥밥 프로야구 2006시즌을 앞두고 미국 플로리다 주 옛 현대 전지훈련장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한 오재영(왼쪽)과 장원삼. 동아일보DB
현대서 한솥밥 프로야구 2006시즌을 앞두고 미국 플로리다 주 옛 현대 전지훈련장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한 오재영(왼쪽)과 장원삼. 동아일보DB
올 시즌에도 전성기 구위를 되찾지 못한 오재영은 삼성 앞에서는 평균자책점 27.00으로 완전히 ‘사자 밥’이 됐다. 그래도 넥센 염경엽 감독(46)은 “기록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요즘 오재영은 정규 시즌 때보다 구속이 시속 5km 이상 올라왔고 볼 끝이 아주 좋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재영은 1승 1패로 맞섰던 플레이오프 3차전 때도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팀을 수렁에서 구해냈다.

두 선수는 장원삼이 옛 현대에 입단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같은 팀 소속이었다. 청원고(옛 동대문상고)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데뷔한 오재영은 2007∼2008년 상무 소속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둘이 같이 뛴 건 2년이다. 현대에서 2004년 신인왕 출신 오재영에게 “군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권유할 수 있었던 건 ‘경성대 에이스’ 장원삼이 성공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그 뒤 장원삼은 팀 에이스가 됐고 오재영은 주로 원포인트 릴리프로 활약했다.

○ 기록을 만나면…

한국시리즈 경험에서도 단연 장원삼이 앞선다. 장원삼은 2010년부터 4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6경기에 나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1.87을 기록했다. ‘빅게임 피처’라고 불러도 좋을 성적이다.

반면 오재영은 2004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된 게 전부다. 오후 10시 이후에는 새로운 이닝을 시작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9차전까지 가게 된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오재영은 최종전 선발 투수로도 나섰지만 3과 3분의 1이닝 동안 4실점 하며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렇다고 넥센 팬들이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한국시리즈 1차전 패배 팀이 2차전에서 승리한 건 11번. 이 중에서 2차전 승리팀이 결국 정상에 오른 경우는 4번(36.4%)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올 시즌 넥센은 왼손 투수를 상대로 OPS(출루율+장타력) 0.905를 때린 팀이기도 하다. 두산 5번 타자 홍성흔(37)의 올 시즌 OPS 0.902보다 높은 기록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오재영#장원삼#한국시리즈 3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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