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조기인상땐 가계 대출이자 부담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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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양적완화 종료… 국내 영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현지 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2009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시행해 온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공식 종료했다. 이날 연준의 결정은 예고된 사항이라 당장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출구전략의 흐름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세계경제의 구석구석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이날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금리인상 시점도 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발 국제금융시장 재편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이날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양적완화 종료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매월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 부분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종료의 의미와 배경, 전망을 Q&A로 알아본다.

Q: 양적완화는 무엇이고 왜 중단했나.

A: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 말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낮췄다. 이것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한 연준은 이듬해인 2009년부터 국채와 모기지채권을 사들이는 형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연준이 지금까지 시장에 공급한 유동성은 4조 달러(약 4200조 원)에 이른다. 중앙은행의 이런 ‘변칙 대응’을 두고 처음엔 다소 논란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회복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연준은 지난해 양적완화 축소 의사를 밝히고 올해 초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조금씩 줄여왔다. 자국 경제가 나아진 만큼 양적완화 같은 비상대응은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본 것이다.

Q: 연준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되나.

A: 연준의 출구전략은 끝난 게 아니고 이제 시작이다. 먼저 금리부터 정상화(인상)해야 한다. 인상 시기는 내년 중·후반 또는 2016년 초로 예상된다. 금리를 올린 뒤에는 지금까지 연준이 사들인 채권을 시장에 되팔아야 한다. 시중에 풀린 돈을 다시 중앙은행으로 흡수하는 것이다. 채권 매각은 처음엔 만기연장(롤오버)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다가 나중에 경기회복에 자신감이 붙으면 만기가 남은 채권도 시장에 팔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채권 보유량을 줄여나가는 과정은 5∼8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Q: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A: 오래전부터 예상된 일이라 당장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30일에 원화가치가 소폭 하락(원-달러 환율은 상승)하고 일본 증시가 다소 오른 것 외에 아시아 금융시장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1, 2차 양적완화가 끝났을 때 그랬듯이 신흥시장이 어느 정도 흔들리는 현상은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착수하면 신흥국과 금리차가 좁혀지기 때문에 이들 나라에서 외국인 자금이 미리 이탈할 수 있다. 특히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외화가 넉넉지 않은 나라들이 문제다. 또 달러화 강세가 지속돼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브라질 러시아 같은 자원수출국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Q: 한국은 정말 안전한가.

A: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많고 대외신인도도 높아 상대적으로 자본유출의 위험이 적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심해져 금융시장이 경색되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전체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서두를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연준도 이날 고용과 물가 목표에 빨리 접근한다면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가 이 메시지가 조기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했다.

Q: 우리 가계에는 어떤 영향이 올까.

A: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의 기준금리나 시장금리도 시차를 두고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대출이자가 내년부터 많아지게 된다. 최근 금리 하락기에 빚을 늘려온 가구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빚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 소비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또 달러화 강세에 따라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따라 오를 소지가 있다.

Q: 투자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A: 증시 변동성은 당분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이 향후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통화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외국인의 흐름을 눈여겨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단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양적완화 종료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신흥시장이나 원자재에 대한 투자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국내에서는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배당주나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유재동 jarrett@donga.com·박민우 기자 / 뉴욕=부형권 특파원
#미국 금리#대출이자#양적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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