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정성진]사법부에 대한 걱정도 늘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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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 고압적 자세로 눈총받는 사법부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건 사법행정의 정치화 경향
사법 운영 관련 법 제개정을 국회의원에게 부탁하면서
정치로부터의 독립 지킬수 있나

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 전 법무부 장관
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 전 법무부 장관
7월에 동아일보사에서 일반 국민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국가대혁신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법조인은 개혁이 시급한 대상으로 정치인, 공무원, 언론인에 이어 12개 집단 가운데 네 번째로 꼽혀 있다. 또 실제로도 종전에는 언론의 비판적 보도가 주로 검찰 쪽에 치우쳐 있었는데, 근간에는 법원에 대한 비판적 기사도 드물지 않게 눈에 띄는 편이다.

물론 법원에 대하여는 비판이라고 하더라도 일부 법관이 법정에서 보인 고압적 자세나 특정 법원에서 선고한, 고액 벌금형을 갈음할 노역장 유치 기간이 일반인의 상식과 크게 어긋났던 사례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 정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해당 법관과 소속 법원의 약간의 노력으로 개선이 가능한, 그런 재판 운영상의 문제보다 한층 근원적으로 고민하고 개선을 모색해야 할 사법행정상의 현실과 과제를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 첫 번째 현실과 과제는 사법의 정치화 우려와 관련된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법행정의 정치화 경향’에 대한 우려이다. 흔히 언론에서 말하는 사법의 정치화란 국회 등 정치권에서 풀어야 할 갈등 문제를 정치인들 스스로가 토론과 타협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의 판단에 맡김으로써 법원이 그리 달갑지 않은 사건의 재판을 떠맡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뜻에서보다 오히려 독립된 사법부가 법원조직법이나 형사소송법과 같은 사법 운영에 도움이 되는 법의 개정을 정부를 거치지 않고 국회에서 직접 의원입법 형식으로 해주도록 교섭·협의하는 등 사법행정의 지휘부가 입법부의 국회의원들과 바로 접촉하는 모습이 어느새 관행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더 무겁게 느낀다.

물론 수년 전 사법부의 노력으로 개정된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법원의 업무와 관련된 법의 제정이나 개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국회에 서면으로 그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제9조 3항). 그러나 이 조항이 신설되기 이전까지, 또 지금도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우리와 기본 법제가 비슷한 많은 나라에서는 그러한 법의 제정 및 개정이 모두 행정부의 법무부를 통하여 정부 내의 심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국회에 제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원입법이 정부를 통한 입법보다 부처 협의나 법제처 심사 등 절차를 직접 거칠 필요가 없어 일단은 간편하고 사법부 독립의 정신에도 맞을 것 같아 보이지만 이것은 사실 대단히 순진한 생각이다. 어떤 의원입법에 교섭과 노력이 필요 없겠는가. 지금도 몇몇 의원이 선거법 위반 등의 사건으로 재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엘리트 법관들이 직접 국회의원을 만나 법원행정과 관련된 법의 제정 및 개정을 부탁하는 것이 과연 사법권의 독립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겠는가. 따라서 법원조직법의 위 조항은 당연히 재판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법의 모순이나 미비 사항을 국회에 통보하여 입법 조치를 촉구하는 순수한 취지로 해석하고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보아야 한다.

그 둘째의 현실과 과제는 사법행정의 독자성 고수에 따르는 업무 중복과 외형적인 형식성에 대한 우려이다. 북한 법령에 대한 연구나 지방 소재 일부 법원의 법에 대한 대국민 홍보활동이 그 예인데, 이런 업무는 법무부와 법제처에서도 이미 하고 있으므로 사법부는 문서나 협의를 통한 자료 교환 등을 활용해 행정부와 중복되는 부분은 피하면서 고유의 사법재판 업무에 전념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법원이 법원조직법 규정에 따라 운영 중인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나 양형위원회도 위원 10명과 13명 중 당연직 외부위원은 4명과 6명으로 각기 정하고 있고, 나머지 과반수는 법원 내부 인사가 아니면 법원의 재량으로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결국 각계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명분은 다분히 형식적이며, 사법부 스스로가 결정을 하는 것이다.

사법부가 세속적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무실역행(務實力行)의 수범적 자세로 우리나라의 법률문화를 선도해 가야 할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믿는다.

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 전 법무부 장관
#국가대혁신#사법부#사법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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