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온병에 희망 담은 백혈병 소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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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이한별양, 미술 상금으로 환우들에게 선물

21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은 이한별 양(가운데)이 환우들에게 보온병을 선물한 뒤 멘토 주순남 씨(오른쪽)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21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은 이한별 양(가운데)이 환우들에게 보온병을 선물한 뒤 멘토 주순남 씨(오른쪽)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의사, 간호사 선생님 말 잘 듣고 빨리 나아야 해. 파이팅!”

항암치료를 마친 한 소아백혈병 소녀가 소아암환자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받은 상금 전액을 병동 환아들에게 기부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따뜻한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이집트에서 온 이한별 양(13).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이집트로 이민 간 한별이는 지난해 12월 목 왼쪽에 생긴 혹을 검사하러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백혈병이라는 예상치도 못한 진단을 받았다.

수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으며 병마와 싸워온 한별이는 올해 6월 친언니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다.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한별이는 “처음 항암병동에 갔을 때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머리를 다 민 것을 보고 너무 무서웠다”며 “하지만 울고 있는 내게 친구들은 ‘아무것도 아니니 걱정 말라’며 먼저 위로해주더라”고 회상했다.

한별이의 멘토 주순남 씨(52)는 힘겹고 외로운 투병 시기에 큰 위로가 됐다. 주 씨는 소아암 투병 과정을 겪은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있다. 한별이는 “아주머니가 건강해진 아들과 함께 찾아와 ‘금방 나을 거야’ 하고 손을 잡아줄 때면 힘이 났다”고 말했다.

한별이에게 그림을 그려보길 권유한 것도 주 씨였다. 한별이는 9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서 연 그림그리기 대회에 참가해 대상을 수상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라는 한별이의 작품엔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한별이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한별이는 상금 50만 원을 고마운 친구들에게 쓰고 싶었다. 고민 끝에 한별이는 “항암치료를 받는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끓인 물을 마셔야 한다”며 상금 전부를 보온병을 사는 데에 썼다.

21일 서울대어린이병원 병동을 다시 찾은 한별이는 친구들과 의사 간호사들에게 직접 포장한 보온병 하나하나를 수줍게 건넸다. 한별이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한 항암병동 보호자들은 한별이의 손을 잡고 축복의 기도를 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어떻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한별이는 “멘토 아주머니로부터 나눔의 정을 배웠다”고 말하며 웃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소아백혈병#이한별#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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