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자정의 양치기女’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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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겠다” 허위신고, 하루 200통도
4년간 4654통… 경찰, 40대 구속

6월 16일 서울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로 한 중년 여성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만 죽어버리겠다”며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 지시에 따라 서울 도봉경찰서 신방학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이 출동했지만 현장에서 해당 여성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날만 같은 번호로 유사한 내용의 전화가 35차례 걸려왔다.

보름 뒤인 7월 1일에는 같은 번호로 “서울 청량리로 사람을 죽이러 갈 것”이라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경찰관 4명이 출동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전화를 건 휴대전화의 전원도 꺼진 상태였다.

걸려온 전화번호를 토대로 경찰이 신고자를 추적한 결과, 해당 허위신고 전화는 모두 서울 도봉구에 사는 식당종업원 송모 씨(43·여)가 건 것이었다. 송 씨는 2010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총 4654회에 걸쳐 112에 허위신고를 했다.

송 씨의 신고로 경찰이 헛걸음을 한 것만 총 16번. 그는 주로 만취 상태에서 자정이 넘은 심야시간에 본인 언니 명의로 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것으로 전해졌다.

“죽고 싶다” “사람이 죽어 있으니 치워 달라” 등의 내용으로 허위신고를 했고 많게는 하루에 200회까지 전화를 걸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송 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도봉서는 낭비된 치안력, 112 신고접수자의 정신적 고통 등을 감안해 피해액수를 산정해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12 허위신고#장난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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