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계모’ 아동학대 첫 살인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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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서 ‘미필적 고의 살인’ 적용… 형량 늘려 징역 18년 선고
“7세 아이에겐 어른 손발도 흉기… 생명위험 알고도 60분간 폭행”

아동학대 사건에서 살인죄를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구남수)는 16일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울산 계모’ 박모 씨(41)의 항소심에서 살인죄를 적용해 1심의 징역 15년보다 형량을 높여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실수로 의붓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상해치사죄만 인정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폭행했다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징역 10년∼18년 6개월인 양형기준에서 최고 수준인 징역 18년을 선고한 것.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24일 이모 양(당시 7세)이 숨진 당일 박 씨는 이 양을 35분 동안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30분간 휴식한 뒤 다시 25분간 가혹한 폭행을 이어갔다”며 “두 번째 폭행이 있기 전 이 양이 비명을 지르고 창백한 모습이어서 이미 생명에 위험이 닥친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의학 지식이 없는 박 씨도 알 수 있었는데도 계속 폭행했다”고 밝혔다. 또 “소풍 가는 날 아침에 이 양이 식탁 위에 있던 잔돈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는 이유로 박 씨가 주먹과 발로 무자비한 폭력을 가해 어린 생명을 빼앗은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린 행태”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키 130cm, 몸무게 20kg에 불과한 이 양보다 신체조건이 월등한 박 씨(키 166cm, 몸무게 56kg)의 손과 발은 흉기나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새로 시행된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범죄는 보호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책임을 저버리고 방어능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등을 저지르는 것이어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공감대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씨가 처음부터 이 양을 살해할 목적으로 계획적인 살인을 저질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 양은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숨진 것으로 확인됐고 2011년 5월부터 수차례 폭행을 당하거나 뜨거운 물로 고통을 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이 양은 박 씨와 함께 살아보려고 친모와 담임교사에게 이런 폭행 사실을 한 번도 알리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는 여성단체 ‘하늘소풍’ 회원 등 80여 명이 방청했으며 “사형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큰 소란은 없었다. 선고 후 이들은 “아동학대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큰 획을 긋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울산 계모 살인죄#아동학대#미필적 고의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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