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공세 뒤엔 계산된 NLL 흔들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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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군사회담 이후]2014년 서해경비계선 경고통신 급증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전술이 갈수록 대담하고 집요해지고 있다.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이 15일 남북 군사당국자 간 접촉에서 ‘서해 경비계선’ 문제를 집중 제기한 것도 NLL 무력화를 노린 철저히 계산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북측은 16일 군사 접촉 과정을 공개한 조선중앙통신의 ‘공개보도’에서도 NLL의 정당성을 부인하며 서해에서의 우발적 군사 충돌 위협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북한은 NLL 남쪽에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해상 경비계선’을 내세워 올 들어 1000여 차례 우리 해군 함정에 경고통신을 하는 한편 ‘함포 교전’까지 불사하고 있어 군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 서해 경비계선 내세워 NLL 무력화에 ‘다걸기’

북한이 서해 경비계선을 처음 언급한 것은 2004년 12월. 당시 구체적인 좌표나 위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2007년 12월 제7차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측은 NLL 남쪽 해상을 가로지르는 서해 경비계선을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서해 경비계선과 NLL 간 거리는 좁은 곳은 1.5마일(약 2.8km), 먼 곳은 8마일(약 14.8km)이다.

북한은 노무현 정부 때 NLL과 서해 경비계선 사이 해상을 공동어로구역 및 서해평화협력지대로 설정하자고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NLL 무력화 기도라며 거부했다. 대신 NLL 기준 등거리 등면적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북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북한은 NLL 무력화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서해 경비계선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아군 함정이 경고통신과 경고사격을 하면 별 저항 없이 퇴각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 북측 태도가 돌변했다. 아군 함정이 NLL로 접근할 때마다 경고통신을 쏟아내고,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아군 함정과 해상 사격전까지 벌인 것. 올해 3월과 4월, 7월 NLL 인근 해상을 향해 100∼500발의 해안포와 방사포를 퍼붓고, 5월에는 NLL 남쪽에서 초계임무 중이던 아군 고속함을 향해 포탄을 발사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서해 경비계선이 정당한 것처럼 만들려는 의도에서 우리 군을 위협하고 반응을 떠보려고 한다”라고 분석했다.

○ NLL 무력화는 핵개발처럼 절대불변의 대남전략

북한은 NLL 무력화를 핵개발과 같은 절대불변의 대남전략으로 치밀하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남북 관계와 NLL 무력화는 전혀 별개인 것처럼 다루겠다는 것. 2차 고위급 접촉에 앞서 별도의 군사당국자 간 접촉을 제안한 것도 이런 의도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 NLL 인근 장재도와 무도를 잇달아 찾아 ‘영해를 침범하는 남측 함정을 수장시킬 것’을 지시하고, 서북도서 인근 북측 지역에 포병전력과 진지를 대대적으로 증강 배치한 의도에 대해 군 당국이 주목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NLL을 무력화하는 과정에서 남측과의 무력충돌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올 3월부터 북한이 서해 포병부대의 사격절차 훈련을 강화하고, NLL 남쪽을 포함한 인근 해상에 포 사격을 감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군은 NLL 경계 활동을 강화하고 북측이 서해 경비계선을 빌미로 도발하면 교전규칙에 따라 육해공 합동전력으로 강력히 응징할 방침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의 NLL 무력화 전술은 김정은의 총애를 받는 김영철이 주도하고 있다”며 “그가 남북 군사 접촉에 북측 대표로 나와 서해 경비계선을 직접 거론한 의도를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남북군사회담#북한#N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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