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측 깎아내려 대화 주도권 쥘 속셈… 정부 “北도 회담전날 비공개 명시” 반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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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군사회담 이후]北매체 ‘군사회담 과정’ 왜곡보도
北 “특사는 김영철” 미리 알려놓고 보도엔 언급없어 황병서로 착각 유도

북한이 남북 당국 간 군사 접촉 다음 날인 16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공개보도문’이라는 형식으로 남북 접촉 과정과 회담 내용을 자신들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각색해 공개했다. 한국 정부가 남북 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압박하면서 남북 관계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이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의 판을 깨려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는 남북 간 신뢰 형성을 저해하는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북 해상 교전이 발생한 7일 이후 10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낸 전통문에서 ‘특사’를 보낼 테니 긴급 단독 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전통문의 발신인은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15일 남북 군사 접촉에 나온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특사’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김영철은 김 실장의 협상 상대로 격이 맞지 않는다”며 “북한이 대남 강경파인 김영철을 보내면서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게 아니라 문제를 풀자’는 식으로 제안한 것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시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이 김 실장을 대신해 나간다”고 북한에 이미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공개보도에선 ‘한국 측 회담 대표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황병서의 특사와 격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보도에선 자신들이 주장한 ‘특사’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마치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 간 접촉을 제안한 것처럼 비치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북한 측 주장이 진실인 것처럼 선전해 한국 내 여론에 영향을 미쳐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속내도 깔려 있다”고 봤다.

북한은 또 15일 회담을 자신들은 공개하자고 했으나 한국이 비공개를 주장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측도 14일 대표단 명단을 통보하면서 ‘비공개 접촉’임을 명시해 통보했다”고 반박했다.

북한은 공개보도에서 NLL 문제에 대해 “북남(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긴장을 완화시킬 제안을 내놓았다”는 회담에서의 주장을 전했다. 내용은 △쌍방은 그 어떤 경우에도 서해의 예민한 수역 및 선을 넘지 않고 △쌍방은 고의적인 적대행위가 아닌 이상 절대 선제공격을 하지 않으며 △쌍방은 충돌을 야기할 있는 현 교전규칙을 수정하고 △쌍방은 불의적이며 복잡한 정황이라 하여도 대화와 접촉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북측 주장은 자신들이 주장한 소위 ‘경비계선’을 우리 선박이 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NLL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당국에서 철저히 막지 않으면 예상치 않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대북 전단을 보내는 민간단체에 대한 ‘직접 조준 격파 사격’도 위협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남북군사회담#북한#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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