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보 조직위원장 “요트는 ‘21세기 바다의 시대’ 도전하는 스포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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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
2015년엔 북한과 함께 통일 코리아컵 꿈꿔요”

5월은 일년 중 독도로 가는 바닷길이 가장 좋은 시기다. 바람의 속도와 방향, 기온까지 요트를 타고 독도로 항해하기에 알맞은 날씨가 이어진다.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가 매년 이때 열리는 이유다.

하지만 올해 5월 대회는 열리지 않았다. 심민보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 조직위원장(61·대한요트협회 부회장)은 화창한 봄 날씨를 보며 속으로만 애를 태웠다. 4월 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사고가 터졌다. 애도 속에 차마 대회를 열수는 없었다. 심 조직위원장은 대회가 10월로 연기된 뒤 또 혼자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태풍이 잦은 시기였다. 이런 그의 마음을 바다도 알았을까. 나흘간(7∼10일) 열린 대회는 태풍을 피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우리나라에선 바다를 천시하는 풍조가 있지만 요트는 선진국형 스포츠예요.”

심 조직위원장의 요트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2008년 첫 대회 때 경기운영본부장을 시작으로 코리아컵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올해는 조직위원장을 맡아 대회를 직접 꾸렸다. 그는 한국에서 요트는 일부 사람들만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걸 안타까워했다.

“21세기는 바다의 시대입니다. 선진국에서는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을 일찍 파악하고 도전에 나섰어요. 바다를 알려면 멀리 원양으로 나가봐야 해요. 이제 우리도 바라보기만 하는 바다에서 직접 체험하는 바다로 바뀌어야 합니다.”

심 조직위원장은 요트를 좁은 요트장에서만 탄다는 생각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요트장은 요트가 바다로 나아가는 관문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관문을 통과하면 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심 조직위원장은 코리아컵이 이런 요트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독도의 영유권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도 대회의 중요한 목표다. 언젠가 대회 규모를 확장해 ‘우리나라 끝 섬 잇기’ 요트대회를 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은 통일 코리아컵 요트대회 개최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울진∼울릉도를 1구간, 울릉도∼해금강을 2구간으로 하는 대회를 여는 것.

“북한 팀까지 참가해 함께 대회를 연다면 이보다 더 큰 남북 화합의 장이 또 있을까요.”

▼“코리아컵의 중요한 성과 두가지, 한국 해양레저문화 대중화와 독도 홍보”▼

박순호 대한요트협회장 인터뷰

박순호 대한요트협회장(68)에게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는 국내에서 개최하는 국제대회 이상의 의미가 있다. 독도를 경유하는 대회 루트 때문이다. 박 회장은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의 삶에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코리아컵의 가장 큰 특징을 물을 때 그가 주저 없이 독도를 꼽는 이유다. 참가자들이 직접 독도를 밟아보는 것이 코리아컵에 숨겨진 또 하나의 성과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2003년 회장이 된 이래 10년 넘게 요트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그는 거친 파도와 비바람에 맞서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요트의 매력에 빠졌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코리아컵이 처음 개최된 2008년만 해도 한국은 요트와 해양스포츠의 기반이 취약한 나라였다. 대회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경북 울진 후포항은 당시 전국 최고의 마리나(스포츠·레저용 선박의 정박을 위한 시설)항으로 꼽혔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시설이 미비한 수준이었다.

박 회장은 “해양레저시장에 대한 인식 자체가 거의 없는 시절이었다. 세계 유명 선수들의 참가를 이끌어 대회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을 부단히 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끝에 코리아컵은 7회째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세계 요트인들의 축제로 거듭났다. 세계 요트인의 교류 화합의 장이자 한국 해양레저문화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대회로 코리아컵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평가다.

대회 개최로 국내 요트산업 발전과 마리나 개발을 촉진해온 것은 부수적인 성과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점을 세계 요트인에게 홍보해 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컵은 대회 정착에서 성숙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박 회장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권위 있는 국제대회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요트를 엘리트 스포츠에서 대중적 스포츠로 만드는 것도 그의 꿈이다. 그는 “요트가 자연스러운 레저 문화의 하나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양 축제의 장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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