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독도 바다에 울려퍼진 아리랑 선율에 가슴 뭉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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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 초청… 독도 정상에서 한국 노래 연주
앞으로도 우리문화 알리는 다양한 행사 준비할 계획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가 2014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 조직위원회 초청으로 독도 정상에서 연주하고 있다. 조직위는 앞으로 대회 기간 중 독도에서 문화 공연을 늘려갈 계획이다.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 조직위원회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가 2014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 조직위원회 초청으로 독도 정상에서 연주하고 있다. 조직위는 앞으로 대회 기간 중 독도에서 문화 공연을 늘려갈 계획이다.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 조직위원회
“와우,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네요. 울릉도행 배가 두 시간 지연됐는데 막상 탔더니 청룡열차 타는 기분입니다. 사람들이 막 소리 지르고 저도 목숨의 위협을 느낄 만큼의 공포에 한 시간가량 고문 받는 중입니다. 안내가 나오네요. ‘저희 여객선은 기상악화로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강릉항으로 다시 되돌아갑니다. 뜨아아아악, 이제 다른 항으로 이동 중.”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29)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2014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에서 연주하기 위해 울릉도행 배를 탔다. 9일에는 선수들과 함께 거친 파도를 뚫고 독도에 도착했다.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그에게 아주 특별한 임무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바로 568돌 한글날, 독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박지혜는 이날 검은색 저고리에 붉은색 치마로 된 한복을 입고 자신이 직접 편곡한 ‘지혜 아리랑’을 비롯해 ‘섬 집 아기’, ‘고향의 봄’처럼 한국인에게 친숙한 동요를 잇달아 연주했다.

매년 전 세계를 돌며 180번 정도 독주 무대를 여는 박지혜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로 전파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 역시 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박지혜는 한국의 정서와 영혼이 스며든 한국 노래를 결코 단순하거나 생소하지 않도록 직접 편곡하는 데 열정을 쏟아왔다.

박지혜는 이날 연주로 독도 정상에서 처음 연주한 음악인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그는 “독도는 너무나 많은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 그 정상에서 연주한 첫 번째 공식 연주자가 돼 무한한 영광”이라며 “저도 너무 힘들었지만 태풍 영향으로 험했던 먼 바닷길을 건너온 모든 선수들 그리고 무거운 장비를 들고 정상까지 올라오신 방송 촬영팀의 열정에도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박지혜는 독도로 향하기 전 경유지 울릉도에서도 ‘나눔 콘서트’를 열며 자신의 특별한 임무에 무게를 더했다.

박지혜는 “앞으로 내가 직접 편곡한 한국 노래를 담아 전 세계에 앨범을 내놓는 게 목표”라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동시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도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에 초청된 연주자는 박지혜가 처음이다. 대회조직위 이운학 기획팀장은 “앞으로 대회가 더욱 성장하면 외국인들이 더 많이 참여할 것이다. 이 대회가 단순한 요트대회가 아니라 한국 문화를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 행사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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