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나만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완벽한 슈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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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부터 습관까지 고려… 에르메네질도 제냐 ‘수 미주라 서비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양복 장인들이 만드는 양복 맞춤 서비스인 ‘수 미주라(Su Misura)’를 운영 중이다. 서비스 담당자들은 고객의 신체 치수를 측정한 뒤 다양한 원단 중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원단을 선택한다. 원단 종류는 기본 700여 종과 기간 한정 원단 200여 종 등 총 900여 가지에 이른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제공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양복 장인들이 만드는 양복 맞춤 서비스인 ‘수 미주라(Su Misura)’를 운영 중이다. 서비스 담당자들은 고객의 신체 치수를 측정한 뒤 다양한 원단 중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원단을 선택한다. 원단 종류는 기본 700여 종과 기간 한정 원단 200여 종 등 총 900여 가지에 이른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제공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은 남성복에서도 통용된다. 디자이너가 만든 ‘맞춤 정장’이 남성복의 전부로 여겨졌던 1960∼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에는 유명 브랜드의 이름을 달고 나온 기성복이 백화점 등 유통 시장을 꽉 잡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개인 의상실이 하나둘 생기면서 다시 개별 맞춤 정장 시장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개별 맞춤 정장’ 간판을 단 전문 매장들이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등 젊은층이 즐겨 찾는 동네는 물론이고 종로나 을지로, 여의도 등 ‘오피스 상권’까지 파고들었다. 맞춤 정장 시장은 하나를 입어도 좋은 것을 입고자 하는 30, 40대들을 겨냥하며 ‘고급화’로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해외 유명 브랜드들도 맞춤 서비스인 ‘MTM(Made to measure)’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며 고급 정장 시장을 키우고 있다. 특히 몸에 꼭 맞는 이탈리아 스타일의 정장을 선호하면서 남성들은 자신의 신체 사이즈에도 눈을 떴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 역시 양복 장인들이 만드는 양복 맞춤 서비스인 ‘수 미주라(Su Misura)’를 운영 중이다. 수 미주라는 ‘당신의 사이즈에 맞춘다’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제냐의 수 미주라 서비스는 1970년대 제냐의 직조 기술과 재단 기술을 바탕으로 처음 도입됐다. 멋진 정장 한 벌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 서비스의 과정은 이렇다. 수 미주라 서비스의 담당자들은 고객의 신체 치수를 측정한 뒤 다양한 원단 중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원단을 선택한다. 원단 종류는 제냐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700여 가지 종류에 해당 기간에만 생산하는 ‘한정판 원단’ 200여 종을 포함해 총 900여 가지에 이른다. 원단을 고른 후에는 고객의 신체 구조와 가장 맞는 정장 형태를 선택한다. 마지막으로 고객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생활 습관 등 취향을 물어본 후 이를 반영해 정장을 제작한다.

수 미주라 서비스로 양복을 만드는 과정. 고객의 신체 치수를 바탕으로 장인이 원단을 재단하며(위 사진), 셔츠 역시 고객이 소매나 깃 디자인부터 색깔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제공
수 미주라 서비스로 양복을 만드는 과정. 고객의 신체 치수를 바탕으로 장인이 원단을 재단하며(위 사진), 셔츠 역시 고객이 소매나 깃 디자인부터 색깔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제공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신체 치수를 측정하는 단계다. 전담 직원이 고객의 신체 치수를 측정하면 고객의 데이터가 이탈리아 본사의 중앙 시스템으로 전송된다. 이를 바탕으로 초안이 만들어지고 컴퓨터 가상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품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이후 재단사들은 컴퓨터로 제작된 패턴을 보고 직물을 재단한다. 제냐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한 벌의 정장을 구성하는 원단 조각은 100개가 넘는다”며 “버튼 하나를 만들고 바느질로 감싸는 작업만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정도로 한 땀 한 땀 공들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정장 한 벌(재킷과 바지)에 400만 원 대부터다.

2년 전부터는 한 단계 진화된 ‘개인 제작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고객이 직접 원단을 디자인하고 옷의 마감 부분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본인이 직접 옷을 디자인하도록 했다. 계절당 100벌 이하 한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셔츠 역시 소매나 깃 디자인부터 색깔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타이도 폭과 구조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동안 정장을 중심으로 맞춤복 서비스를 운영해오던 제냐는 올해 서비스의 범위를 캐주얼 의류까지 넓혔다. 이른바 ‘캐주얼 럭셔리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재킷은 물론이고 니트, 점퍼, 코트 등 일상복도 정장처럼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로 제작하는 것이다. 제냐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정장 이외에 일상복까지 ‘나만의 옷’을 입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요즘 같은 가을 날씨에 어울리는 점퍼나 재킷 등 ‘아우터’는 캐주얼 맞춤 서비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의류로 꼽힌다. 캐시미어나 실크 등 5가지 소재로 재킷을 만든다. 특히 방수 및 체온 조절 기능 등 ‘보호 기능’을 하는 소재인 ‘엘리먼츠 페브릭’으로도 만들 수 있다.

일반 재킷과 콤비 형태의 상의인 ‘블레이저’는 25가지 색과 7가지의 원단으로 제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개성을 연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전체 형태는 안감이 없는 형태의 셔츠 재킷 등 활동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캐시미어 니트 의류를 한층 업그레이드 한 ‘프리미엄 캐시미어’도 있다. 자칫 부해보이기 쉬운 니트나 스웨터를 몸에 딱 맞게 하는 등 전체적인 ‘선’을 강조했다. 모든 스웨터 제품에는 아래 부분에 고객의 이름을 새길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은 캐시미어 니트는 200만 원 이상, 재킷은 400만 원 이상이다. 제작 기간은 약 4주에서 6주 정도 걸린다. 제냐코리아 담당자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기성복 가격의 20% 웃도는 수준”이라며 “세부 사항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바뀐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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