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克己復禮’ 선비정신 필요한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아산정책연구원 국제학술회의
세월호 참사후 물질주의 자성
사회지도층부터 공익을 우선해야

최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선비정신과 한국사회’ 국제 학술회의에서 국내외 학자들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최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선비정신과 한국사회’ 국제 학술회의에서 국내외 학자들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선비들은 사회적 명분과 정의에 충실하기 위해 자신의 지조를 지킨 저항적 집단이었습니다.”(일본 도호쿠·東北대 가타오카 류 교수)

“자신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 다시 말해 극기복례(克己復禮)야말로 세월호 참사를 맞은 우리 시대에 필요한 선비정신입니다.”(김석근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최근 아산정책연구원 주최의 ‘선비정신과 한국사회’ 국제 학술회의에 참석한 국내외 학자들은 선비정신이 갖는 시대적 의의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조선 선비정신과 일본 전통사상을 비교 연구하고 있는 가타오카 교수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고 사회의 생명을 되살리는 데 선비정신이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복고적 의미의 선비가 아닌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로서 선비정신의 의미를 찾기 위한 취지로 학술회의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국사학계 거두인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도 최근 발간한 ‘미래와 만나는 한국의 선비문화’(세창출판사·사진)에서 선비정신을 다뤘다. 한 교수는 이 책에서 신라왕국 1000년, 조선왕조 500년이 영속할 수 있었던 이유와 광복 이후 높은 경제성장의 원인을 모두 선비정신에서 찾았다. 그는 “선비정신은 치열한 교육열과 성취욕, 근면성, 협동정신, 신바람의 에너지라는 문화적 유전인자를 후대에 남겼다”고 서문에 썼다.

선비정신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연구소도 생겼다. 신정근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는 ‘선비정신과 풍류문화연구소’를 만들어 선비정신과 전통 예술장르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판소리와 전통무용, 서예 등 다양한 전통예술 속에서 선비정신의 진수를 찾는 색다른 작업이다.

학계의 선비정신에 대한 높은 관심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과도한 물질주의에 대한 사회적 자성의 분위기가 반영돼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지도층부터 공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선비정신의 가르침이 현 시점에서 유용해졌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학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연구센터가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4.5%가 ‘요즘 시대에도 선비정신은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영우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사회 지도층이 선비정신을 잃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선비정신은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는 ‘홍익인간’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아산정책연구원#선비정신과 한국사회#미래와 만나는 한국의 선비문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