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연극 하면 대학로”vs“신흥 메카 성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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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성북구 연극 1번지 경쟁

서울 성북구가 새로운 연극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매달 다채로운 연극 관련 행사가 펼쳐진다. 11일까지 매주 토요일 성북구 성북로 심우장 앞마당에서 열린 창작뮤지컬 ‘심우’ 공연 모습. 성북문화재단 제공
서울 성북구가 새로운 연극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매달 다채로운 연극 관련 행사가 펼쳐진다. 11일까지 매주 토요일 성북구 성북로 심우장 앞마당에서 열린 창작뮤지컬 ‘심우’ 공연 모습. 성북문화재단 제공
‘떠오르는 연극 메카 성북’ vs ‘떠나는 연극인 발길 잡는 대학로’.

최근 성북구에서는 대학로에서나 볼 법한 ‘연극 잔치’가 잇달아 열렸다. 지난달엔 성북구에 거주하는 연극인들이 모여 각종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는 ‘제1회 구석구석 잔치’가 열렸다. 이어 이달에는 성북구 심우장 앞마당에서 열린 만해 한용운 선생의 슬픔과 독립을 향한 신념을 다룬 창작 뮤지컬 ‘심우’의 상설공연이 연극인과 주민 500여 명의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 상업화된 대학로 틈 파고 든 성북구

그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연극 1번지’는 종로구 대학로였다. 대학로는 2004년 57개였던 공연장이 2014년 160여 개로 급증하면서 대한민국 연극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소규모 극단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데다 공연장의 대형화와 공연시장 규모 확대 등으로 지나치게 상업화되면서 적지 않은 연극인들이 근처 성북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10년간 대학로에서 활동하다 몇 해 전 성북구에 새롭게 둥지를 튼 극단 ‘더늠’ 대표 차지성 씨는 “대학로는 2000년 들어 거대 자본이 합류하고 상업화되면서 극장 대관료, 임차료가 크게 올랐다”며 “이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연극인들은 성북구 삼선동, 동선동, 성북동 등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성북문화재단에 따르면 성북구에 둥지를 새로 튼 연극인만 벌써 1000명이 넘는다. 전국 연극인의 60%에 달하는 수치다. 이 틈을 놓칠세라 성북문화재단은 구민여성회관에 6개 예술단체를 입주시켜 연습실과 사무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성북문화재단 관계자는 “대학로에 비해 인프라가 풍부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지원을 강화해 대학로에 버금가는 연극 명소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공유성북 원탁회의’라는 회의도 새로 만들어 매달 약 100명의 예술단체 대표가 만나 서로의 공연과 문화사업, 기획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 떠나는 연극인 발길 잡는 대학로

종로구 역시 최근 대학로 관련 용역까지 발주하고 주민 대상 설명회를 열며 연극인과 관객들 발길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현재 종로구의 연극 지원은 연극인들에게 조세·부담금 감면과 융자 지원, 이정표 지원을 해주는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연극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지원책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7일 종로구가 주민들을 상대로 발표한 ‘문화지구 관리계획 변경안’ 연구용역 결과를 살펴보면 △대학로 통합 홈페이지 운영으로 티켓 발행 통합전산망 및 관객 관리 지원 △공연장 입주 지원 △간판·티켓박스 개선 △소극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창작스튜디오 제공 △연극인센터, 연극인레지던스를 세워 연극 인프라 확충 △낙산공원 야외공연장 개선 등 그간 대학로 연극인들이 목말라하던 지원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종로구 관계자는 “2005년 관리계획이 수립된 이후 10년을 맞아 지역 환경에 맞는 새로운 관리계획을 수립해 연극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연극#대학로#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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