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女고용 우수기업의 ‘배신’… 절반이 수상뒤 채용 줄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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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31곳중 18곳 ‘기준미달’ 전락… 조달청 가산점 등 ‘단물’만 빼먹어
여성관리자 없는 기업 2013년 381곳

여성 고용 우수 기업으로 정부 표창을 받은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인센티브만 챙긴 뒤 여성 고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여성 고용 활성화 정책을 적극 펴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성 관리자가 전혀 없는 기업이 지난해에만 381곳에 이르는 등 국내 기업들의 ‘유리 천장(여성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을 뜻하는 말)’이 여전히 두꺼운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우수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 5년간 여성 고용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 31곳 가운데 18곳(58.1%)이 우수 기업 선정 이후에 여성 고용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여성 고용 비율 상위 10% 이내 기업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여성 고용 우수 기업을 선정한다.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면 정부 표창과 함께 △정기 근로감독 면제 △조달청 물품입찰 적격심사 가산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여성 고용 및 여성 관리자 비율이 동종 업계 평균의 60% 미만이면 여성 고용 기준 미달 기업으로 지정된다. 결국 여성 고용 우수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정부 표창과 인센티브 등 ‘단물’만 빼먹고 난 다음 여성 고용을 동종 업계 평균의 60% 이하로 줄이고 있는 셈이다.

또 여성 관리자를 전혀 두지 않고 있는 기업도 지난해 기준 381곳(19.6%)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고용을 유도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대상 기업인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총 1945곳·공공기관은 근로자 수에 상관없이 모두 해당) 기업 다섯 곳 중 한 곳은 여성 관리자 비율이 0%라는 말이다. 여성 고용 비율이 10% 미만인 기업은 337개(17.3%)였고 여성 관리자 비율이 10% 미만인 기업도 993곳(51.1%)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2012년 795곳이던 여성 고용 기준 미달 기업은 2013년 863곳, 올해 940곳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국내 기업의 여성 고용 비율은 2009년 34.12%에서 지난해 37.09%로 2.97%포인트밖에 증가하지 않았고 여성 관리자 비율도 같은 기간 3.28%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성 고용 활성화 정책으로 전체 여성 고용률은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현장에서는 여성 고용을 줄이는 기업이 늘고 있는 셈이다.

주 의원은 “여성 고용 유도 정책의 효과가 매우 단기적이고,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며 “기업이 장기적으로 여성을 고용하면서 여성 고용 비율을 유지할 만한 유도장치를 정부가 새롭게 고민하고, 제재 방안도 갖춰야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여성 고용 우수기업#여성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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