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욕 안했다” 다음날 돌연 사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6시 40분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대 LG트윈스 경기 전 전날 경기에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양팀의 벤치클리어링 사태를 초래한 두산 마야가 LG 양상문 감독을 찾아 사과의 뜻을 전하고 있다. 잠실|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대 LG트윈스 경기 전 전날 경기에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양팀의 벤치클리어링 사태를 초래한 두산 마야가 LG 양상문 감독을 찾아 사과의 뜻을 전하고 있다. 잠실|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두산 마야-LG 양감독 감독 욕설 파문서 사과까지…

두산 벤치클리어링 후 “양 감독 흥분”
다음날 다짜고짜 양 감독 찾아와 사과
두산 “마야 말이 오해 불러 사과 결정”
선동열·류중일 감독 “예의없는 행동”

야구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감독과 상대투수의 충돌로 인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두산 쿠바 출신 외국인투수 유네스키 마야(33)가 11일 LG 양상문 감독(53)을 향해 욕설과 손가락질을 가했고, 이에 발끈한 양 감독이 필드로 뛰어나가 꾸짖으면서 일이 터진 것이다. 이날 잠실 LG-두산전 4회 LG의 연속 스퀴즈 번트 성공으로 역전을 내주자 두산 마야가 불쾌감을 표출한 것이 화근이었다. 두산은 12일 경기 직전에야 마야를 양 감독에게 보내 사과하도록 지시했으나 그러기까지 일의 전말은 복잡했다.

● 마야는 욕을 했는가?

두산은 ‘11일 해명을 했으니 이제 그만 덮었으면 좋겠다’는 방향성을 취했다. 해명의 요지는 “마야는 욕을 하지 않았다. 중지를 올린 행위는 ‘빨리 다음 타자 나와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상황을 오해한 LG 양 감독이 흥분해 일을 키운 것 같다”였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12일 “보기에 따라서 오해 살만한 행동을 한 마야에게 주의를 줬다. 그러나 두산 벤치나 심판에게 항의하면 될 일을 굳이 필드로 뛰어나간 LG 양 감독이 아쉽다”고 했다. “(양 감독이) 퇴장을 당할 수도 있었다”라고도 했다. 쌍방과실이고, LG 양 감독이 참았더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란 논리다. 그러나 정작 마야의 욕설에 관해서 송 감독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산 홍보팀은 “욕은 하지 않았다”고 확언했다.

사건의 핵심인 욕설에 관해 LG 측은 마야가 내뱉은 것으로 들었던 정확한 스페인어 단어까지 댔다. 양 감독은 “마야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3∼4차례 그 단어를 썼다. 이것을 듣고 한국프로야구 감독으로서 가만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건을 목격했던 LG 관계자는 “우리도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리즈 같은 용병이 몸담아서 스페인어 욕 몇 개쯤은 알고 있다. 우리가 못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하고 한 것 같다”고 했다. 심지어 “벤치클리어링 와중에 두산 니퍼트까지 한국어로 LG 선수단을 향해 욕을 했다”고 말했다.

● 갑자기 태도 바꾼 두산, Lte급 사과로 봉합 시도

이렇게 주장이 엇갈린 상황에서 12일 경기 개시 채 1시간을 남긴 시점에서 마야가 LG 덕아웃을 찾아왔다. 두산 김승호 운영부장, 김태준 홍보팀장, 통역과 함께였다. 사전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마야는 “오해 살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 나는 원래 LG의 팀 컬러를 좋아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에 양 감독도 “경기를 하다보면 욱할 수도 있다”고 따뜻하게 마야를 안아줬다.

당초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했을 뿐, 어떤 잘못도 한 적 없다’는 태도였던 두산은 왜 갑자기 180도 저자세로 변했을까? 두산 관계자는 “오늘 다시 마야를 만나 욕설을 했는지 확인을 했다. 그런데 마야가 (경기 진행이 더뎌지자 발끈해) ‘Let's the fxxx the baseball’이라고 말을 했다더라. 이것은 욕이라고 생각해 바로 사과하러 가기로 바꿨다”고 했다. 다만 “스페인어 욕은 안했다”고 끝까지 부정했다. 결국 두산 얘기대로라면 마야는 “야구 빨리하자”는 말 한마디 한 ‘죄’로 LG 덕아웃에 사과하러 끌려 나간 것이다.

● 선동열·류중일 감독 “예의 없는 행동, 매우 불쾌”

한편 ‘마야 욕설 파문’에 대해 KIA 선동열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도 매우 불쾌해 했다. 선 감독은 12일 광주 삼성전을 앞두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욕설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투수가 상대 덕아웃을 보고 뭐라 뭐라고 어필 하는 것 자체가 예의 없는 행동 아닐까”라고 말했다. 류 감독 또한 “황당하다. 덕아웃보고 뭐라고 하던데 그것 자체가 상대방을 매우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