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2루타 39개·3루타 17개…바람의 아들 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6시 40분


서건창. 스포츠동아DB
서건창. 스포츠동아DB
■ 2014년 서건창 vs 1994년 이종범

‘홈런치는 1번타자’ 이종범 홈런 19개로 우위
서건창 남은 4경기 4안타땐 ‘꿈의 200안타’

마침내 ‘바람의 아들’ 이종범(44·한화 코치)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서건창(25·넥센)이 11일 문학 SK전에서 3안타를 추가하면서 이종범이 해태 시절이던 1994년 작성한 196안타와 타이기록을 세웠다. ‘적토마’ LG 이병규(1999년 192안타)를 비롯해 수많은 타격 고수들이 도전했지만 실패했던 신의 영역. 그런데 2014년 가을, 키 176cm(프로필상)의 ‘작은 거인’ 서건창이 전설과 마주섰다.

● 1994년 이종범 VS 2014년 서건창 비교

서건창은 공교롭게도 1994년 이종범과 똑같이 124경기 만에 196안타를 기록했다. 1994년은 팀당 126경기를 치르던 시절. 당시 이종범은 사구 여파로 2경기에 결장했다. 서건창은 11일까지 팀이 치른 124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차이점은 있다. 이종범은 561타석, 499타수로 서건창(595타석, 526타수)보다 타격 기회가 적었다. 이종범은 2.86타석당 1안타를 기록했고, 서건창은 3.04타석당 1안타를 생산했다. 올 시즌 유례를 찾기 힘든 ‘타고투저’의 시즌인 데다 넥센 타선은 팀타율 0.298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이어서 서건창으로선 많은 타석에 들어서게 되는 이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시즌 타율은 이종범이 0.393, 서건창이 0.373으로 2푼 차이가 난다.

홈런도 이종범이 많았다. ‘홈런 치는 1번타자’였던 이종범은 그해 19홈런을 날려 올해 서건창(7홈런)보다 12개나 많이 쳤다. 그러나 서건창은 역대 시즌 최다 3루타(17개) 신기록 행진 속에 2루타에서도 39개를 기록해 이종범(2루타 27개, 3루타 5개)보다 월등히 많다.

안타 분포를 보면 둘 다 스프레이 히터로서, 어떤 코스로든 안타를 날릴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타자인 이종범은 내야안타 16개(8.2%)를 기록하면서 왼쪽(좌측 75개, 좌중간 12개)으로 약 44.4%를 때렸고, 가운데(50개)로 25.5%, 오른쪽(우측 35개, 우중간 8개)으로 21.9%를 날렸다. 우투좌타인 서건창은 오른쪽(우측 63개, 우중간 15개)으로 39.7%, 가운데(46개)로 23.5%, 왼쪽(좌측 35개, 좌중간 17개)으로 27.1%를 기록했다. 내야안타는 19개(9.7%)로 이종범보다 3개 많았다. 흥미로운 기록 하나. 이종범은 1994년 병살타가 2개뿐이었다. 서건창은 올해 병살타가 1개뿐이다.

● ‘천재’ 이종범 VS ‘잡초’ 서건창

서건창과 이종범은 공통점도 많지만 닮은 듯 다른 신화를 쓰고 있다. 광주 출신으로 충장중-광주일고 선후배 사이다. 그러나 서건창이 태어난 1989년 이종범은 건국대에 입학했다. 19세 차이가 난다. 1994년 서건창은 다섯 살이어서 당시 이종범의 활약상을 기억할 수 없다. 그야말로 전설로 전해 듣던 대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종범은 ‘천재’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그러면서 그 천재성으로 프로 입단 2년 만에 196안타라는 신화를 빚어냈다. 반면 서건창은 ‘잡초’다. 고교 졸업반 때 프로 지명조차 받지 못하고 2008년 신고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1군에서 1타수 무안타만 기록한 채 1년 만에 방출됐고, 군복무를 위해 경찰야구단에 지원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결국 현역으로 입대해 2011년 9월 병장으로 제대한 뒤 다시 넥센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서건창은 올 시즌 4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다. 여기서 안타 4개만 추가하면 한국프로야구 사상 전인미답의 200안타 고지를 밟는다. 그가 안타를 치는 순간, 이제 이종범의 신화는 바람처럼 사라지게 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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