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시한부 女환자, ‘조력자살’ 계획 담은 영상 공개…왜?

  • 동아닷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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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0대 여성 말기 암 환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하고 그 계획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이목을 끌고 있다.

악성 뇌종양 말기 환자인 브리트니 메이너드 씨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다. 그는 올 1월 뇌종양 진단을 받았으며 앞으로 남은 수명이 6개월 정도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

브리트니 메이너드 씨
브리트니 메이너드 씨
메이너드 씨가 진단받은 병명은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던 그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원하는 순간에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6개월 이하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환자의 조력자살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오리건 주로 이사했다.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은 시한부 환자가 의료진으로부터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사가 환자 몸에 주사 등으로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안락사(euthanasia)와 구분된다.

메이너드 씨는 고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때가 오면 처방된 약을 복용하고 눈을 감을 계획이다. 일부 미국 언론 매체는 그가 다음 달 1일을 자신의 사망일로 정했다고 전했다.

메이너드 씨는 6일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스스로 선택한 죽음에 대한 계획을 들려주고 있다. 영상은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후 6시 현재 조회수 540만 건을 넘어섰다.

영상에서 메이너드 씨는 덤덤한 목소리로 “뇌종양이 나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할지 내가 들어서 알고 있는 대로 내가 죽지 않아도 돼서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메이너드 씨의 남편 댄 디아즈 씨도 아내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디아즈 씨는 해당 영상에서 “그저 고통받는 것과,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왔을 때 이를 끝낼 수 있게 결정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은 크나큰 위안이다”라고 말한다.

메이너드 씨는 현재 오리건을 포함해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 뉴멕시코 등 미국 5개 주에서만 허용되는 조력자살 관련법을 지지하고,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이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데 보탬이 되기 위해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다.

일부 단체들은 이 같은 법을 심약한 환자들이 생과 사를 가르는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반대하고 있으며, 죽음을 조장한다는 윤리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메이너드 씨의 결심은 확고하다. 자신의 죽음을 앞둔 그가 영상 말미에 남긴 메시지는 문득 인생의 방향에 대한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 아름다운 이승에서의 삶이 얼마가 남았든 최대한 즐길 수 있길 소망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평안히 잠들고 싶어요. 삶과 가치 있는 것들을 고찰하는 이유는 내가 놓친 게 없다는 걸 확실히 하기 위해서죠. 오늘을 즐기세요. 당신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가요? 당신이 신경 쓰는 것은요? 당신과 상관있는 것은요? 그걸 추구하세요. 그 외 다른 것은 다 잊어버려요.”

김수경 동아닷컴 기자 cvg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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